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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머문 곳, 행복 목욕탕

행복목욕탕
湯を沸かすほどの熱い愛 (2016)

엄마가 사랑하는 방식

후타바는 남편이 집을 나간 후 목욕탕을 닫고 빵집에서 일을 하며 딸 아즈미와 둘이서 살고 있다. 고등학생인 아즈미는 학교에 가기 싫다며 괜한 투정을 부린다. 어느 날 일을 하고 있던 엄마는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찾아가는데 아즈미는 온몸에 물감이 범벅이 되어 있었다. 아즈미는 그동안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엄마의 마음은 찢어지지만 아즈미에게 어떤 색을 좋아하냐고 묻고 딸은 하늘색이라고 말한다. 엄마는 누가 뭐래도 정열적인 빨간색이 좋다고 하며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둘은 애써 눈물을 참으며 서로의 마음을 위로한다. 다음날 빵집에서 일하던 후타바는 갑자기 쓰러지고 의사에게 4기 암 말기라는 통보를 받는다. 췌장, 폐, 간, 심지어 뇌까지 온몸으로 퍼졌고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제도 효과가 없다고 한다. 그저 통증을 완화하는 치료만 가능할 뿐이다. 마음이 조급해진 후타바는 남편을 찾기 위해 사설탐정을 고용한다. 그리고 남편의 집으로 찾아간다. 음식을 하고 있던 남편은 앞치마를 두르고 국자를 손에 들고 문을 연다. 화가 난 후타바는 남편이 들고 있던 국자를 빼앗아 머리에 내려치자 피가 뚝뚝 떨어지고 미안하다며 피를 국자로 받아낸다. 철없는 남편은 둥근 곳으로 때리지 않았다고 아프다며 징징거린다. 웃지 못할 상황이지만 이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통쾌하고 웃음이 절로 난다. 그리고 후타바는 자신이 시한부 판정을 받고 두세 달 밖에 못 산다는 이야기를 한다. 남편은 술집에서 일하던 여자와 낳은 딸 아유코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온다. 엄마는 이제부터 네 사람 모두 일을 해야 한다며 목욕탕을 다시 열기로 한다. 엄마는 자신이 죽은 후 세상에 남겨질 가족들을 자립시킬 준비를 시작한다. 다행히도 아즈미는 아유코를 보고 잠시 당황스러워 하지만 홀대하지 않고 따뜻하게 받아들인다. 네 사람은 목욕탕 청소를 하고 전단지도 돌리고 다시 영업을 재개한다. 어느 날 아즈미는 학교에서 교복을 잃어버리고 체육복을 입고 교실에 들어갔다가 친구들에게 비웃음을 당한다. 반복되는 괴롭힘으로 깊은 상처를 받은 아즈미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엄마와 크게 싸운다. 엄마는 도망치면 안 된다며 맞서 싸워 이겨내라고 강하게 말한다. 하즈미는 하찮은 사람이라 맞설 용기가 없다며 자신은 엄마와는 다르다고 말한다. 하지만 엄마는 하즈미와 전혀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결국 아즈미는 체육복을 입고 학교에 가고 엄마의 말을 되새기며 용기를 내어 선생님과 아이들이 있는 앞에서 교복을 돌려달라며 속옷만 남겨둔 채 옷을 다 벗어버린다. 교복을 찾아 입고 집으로 돌아오는 아즈미. 엄마의 유전자가 도와주었다며 아즈미는 엄마에게 안겨 운다. 한편, 목욕탕 카운터에서 아유코가 돈을 훔치는 것을 목격한 후타바는 아유코의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생일날 데리러 오겠다는 친엄마의 편지를 보고 아유코가 예전에 살던 집으로 갔다는 걸 눈치채고 아즈미와 함께 아유코를 찾으러 간다. 문 앞에 쭈그리고 앉아 울고 있는 아유코를 본 후타바는 오늘 할 일을 빼먹은 벌로 내일 욕조 청소는 혼자 하라고 말한다. 오랫동안 엄마를 기다렸던 아이코는 일어나는 순간 오줌을 싼다. 후타바는 아유코를 꼭 안아주며 오줌을 다 쌀 때까지 기다려 준다. 후타바는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아이코의 팬티를 벗겨버리고 세 사람은 함께 집으로 돌아온다.

목적이 정해진 여행

후타바는 아즈미, 아유코와 함께 여행을 가기로 한다. 여행 도중 휴게소에서 혼자 여행을 하고 있는 청년 타쿠미를 만나게 되고 차를 태워준다. 아무런 목표도 없이 여행을 하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타쿠미의 태도를 질타하는 후타바는 일본 최북단으로 가라고 목표를 정해주며 가족으로 인해 방황하고 있는 타쿠미를 안아준다. 타쿠미는 목표를 달성하면 보고하러 가겠다고 하자 후타바는 대신 서둘러야 한다며 서로를 배웅한다. 그리고 후타바는 아이들과 함께 게를 먹으러 음식점으로 들어간다. 여행의 이유이자 목적지가 바로 이곳이다. 아즈미의 친모를 찾아주기 위해 시작된 여행이었다. 게를 다 먹은 후 후타바는 계산을 하면서 아즈미 친모의 뺨을 한 대 때리고 나온다. 그리고 후타바는 차 안에서 아즈미에게 과거 이야기를 한다. 아버지에게는 전부인이 있고 엄마는 재혼했다. 아빠의 전부인이자 친모는 장애가 있었다. 19살의 나이에 아이를 감당할 수 없어 떠났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리고 아즈미에게 친모를 만나고 오라며 자리를 떠난다. 친모는 그동안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해마다 딸을 버리고 간 날인 4월 25일이 되면 편지와 함께 아즈미 집으로 키다리 게를 보냈었다. 친모와 마주친 아즈미는 엄마가 언젠가 반드시 필요한 날이 올 테니 배워 놓으라고 했다며 수화로 이야기를 나눈다. 얼마 후 차에서 아즈미를 기다리는 사이 병세는 점점 악화된 후타바는 결국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알고 보니 후타바도 엄마에게 버림받은 사람이었다. 죽음의 문턱에서 후타바는 마지막으로 엄마의 모습을 보기 위해 찾아간다. 하지만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보고 화가 난 후타바는 창문을 깨버리고 돌아선다. 엄마의 병을 알게 된 아이들은 더 열심히 목욕탕 일을 하고 씩씩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아즈미의 친모,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타쿠미도 모두 목욕탕으로 온다.

엄마의 장례식

엄마의 마지막 임종을 지켜보는 아즈미, 마음이 너무 아프지만 아즈미는 엄마에게 배웠던 것처럼 도망치지 않는다. 그리고 엄마를 절대로 외롭게 두지 않을 거라고, 고맙다고, 이제 푹 쉬라고 말한다. 엄마를 위해 슬픔을 참는 아즈미의 모습이 더 큰 슬픔으로 다가온다. 며칠 후, 후타바의 장례식. 가족들과 지인들은 장례 차량을 타고 화장터로 가는 척하다가 어느 풀밭에 차를 세운다. 도시락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며 잠시 쉬고 다시 목욕탕으로 되돌아온다. 목욕탕 욕조 안에는 예쁜 꽃들과 함께 후타바가 누워있다. 남편 가즈히로, 딸 아즈미, 여동생 아유코, 아즈미의 친모, 네 사람은 따뜻한 탕 안에 들어가 다 함께 목욕을 하며 미소를 띤다. 목욕물을 데우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굴뚝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빨간색 연기가 피어오른다.

따뜻한 사랑의 온도

2016년 개봉한 일본 영화 행복 목욕탕의 원제는 물을 데울 만큼 뜨거운 사랑이다. 나카노 료타 감독은 원제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영화를 보는 내내 따뜻한 감성으로 우리의 마음을 데워준다. 비록 모두 혈연으로 얽힌 가족은 아니었지만 엄마 후타바는 그녀가 좋아하는 정열적인 빨간색처럼 뜨거운 사랑과 넓은 포용력으로 떨어져 지내던 가족들을 한 곳으로 이끌고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 뿐만 아니라 딸에게는 삶에 대한 강인한 의지로 거친 세상을 헤치고 나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실어준다. 그런 강인했던 엄마가 죽음을 앞두고 더 살고 싶다며 흐느낄 때 가족과 이별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 수많은 생각들이 스치며 너무 마음이 아팠다. 영화를 보면서 그런 순간들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온다. 특히 엄마와 아즈미 사이에 일들은 눈물이 마를 틈이 없다. 아즈미가 따돌림을 당해 엄마가 학교에 찾아왔을 때, 아즈미가 친구들 앞에 당당히 맞섰을 때, 아즈미가 친모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떠나는 엄마의 마지막을 지켜볼 때까지 아픈 마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과하지 않은 절제된 그녀들의 연기는 슬픔이 두배가 된다. 두 모녀 역의 미야자와 리에와 스기사키 하나는 완벽한 호흡과 시너지로 2017년 40회 일본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우수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각각 수상했다. 파격적인 엔딩으로 이해할 수 없다, 괴기스럽다, 컬트영화냐? 등 많은 논란이 되기도 했지만 모두를 가족으로 따뜻하게 품고 싶었던 엄마의 사랑과 마지막까지 엄마의 마음을 온몸으로 온전히 느끼고 싶었던 가족의 모습으로 해석하고 싶다. 이들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의 의미가 무엇인지, 너무 가까이 있어서, 때론 너무 당연했기에 우리가 놓치고 있는 마음들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엄마의 따뜻한 사랑이 머문 곳, 행복 목욕탕에 머문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지길 바란다. 이 영화를 보는 우리의 마음에도 후타바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