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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기억을 지워도 사랑은 기억된다, 이터널 선샤인

이터널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이터널 선샤인

이터널 선샤인은 2005년 11월 국내에서 첫 개봉을 하였고 흥행에는 실패했지만 관객들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다시 주목받았다. 2015년 11월에는 10주년 기념으로 재개봉하기도 하였다.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과 편집상, 미국 아카데미와 미국 작가 조합상 각본상, 새턴 어워드 최우수 SF 영화상 등 다양한 영화제에서 수상을 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주연을 맡은 배우 짐 케리는 에이스 벤츄라, 마스크, 덤 앤 더머 등에 출연하며 코미디 전문 배우로 인식되었지만 이터널 선샤인을 통해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넓혀나가며 1998년 영화 트루먼쇼로 제5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생애 최초 남우주연상을 차지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타이타닉의 여주인공으로 유명한 케이트 윈슬렛, 마블의 헐크로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 마크 러팔로, 반지의 제왕 프로도 역의 일라이저 우드, 스파이더맨의 여자 친구로 나왔던 커스틴 던스트의 예전 모습도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아주 보편적인 사랑을 하고 있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어 낸다. 미셸 공드리 감독은 이 보편적인 이야기를 뛰어난 상상력과 독특한 구성, 섬세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으로 시선을 사로잡았고, 각본계의 전설이라고 불리는 찰리 카우프먼을 만나 최고의 시너지를 보여주었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의 만남

밸런타인데이 아침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던 조엘은 갑자기 무언가에 홀린 듯 몬탁행 기차에 몸을 싣는다. 추운 겨울, 몬탁 해변을 걷고 있던 조엘은 우연히 파란 머리의 여자를 보게 되고 두 사람은 우연인지 필연인지 계속 마주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같은 기차를 타게 된 그녀의 이름은 클레멘타인, 둘은 대화도 잘 통하고 생각과 취향까지 비슷해 서로에게 끌리고 금세 사랑에 빠진다. 다음날 다시 만나 꽁꽁 얼어붙은 찰스강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둘만의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 시작한다. 함께 밤을 지새우고 차를 타고 돌아온 두 사람,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집에 가기 위해 칫솔을 챙겨 오겠다고 하며 차에서 내리고 조엘은 그녀를 기다린다. 그런데 영화는 갑자기 시점이 바뀌며 조엘은 차 안에 앉아 고통스러워하며 울고 있다. 혼자 집에 돌아온 조엘은 약을 먹고 잠이 든다. 사실 조엘과 클레멘타인은 과거 사랑했던 연인 사이였다. 뜨겁게 사랑했던 두 사람은 어느새 서로에게 지루해지기 시작하고 점점 늘어나는 짜증과 다툼, 도를 넘은 인격 모독적인 발언으로 크게 싸우고 결국 이별하게 된다.

지워진 기억

자신의 잘못을 후회한 조엘은 다시 클레멘타인을 찾아가지만 그녀는 조엘을 알아보지 못하고 마치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한다. 클레멘타인은 왜 조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이별의 아픔과 상처로 괴로웠던 그녀는 기억을 지워주는 회사 라쿠나사를 찾아가 조엘에 대한 기억들을 모두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은 조엘은 자신도 그녀에 대한 기억을 지우기로 결심하고 최근 기억부터 차근차근 거꾸로 지워나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기억 속에는 늘 불행한 순간들만 존재하는 게 아니었다. 좋았던 추억들이 너무 많았다는 걸 깨닫게 되지만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기억들을 다시 붙잡아 보려고 애를 쓰지만 모든 시도는 좌절되고 클레멘타인과 처음 만났던 날의 마지막 기억만이 남게 된다. 그 기억 속에서 클레멘타인은 조엘에게 잊지 말고 몬탁 해변으로 와 달라는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의 기억은 모두 지워진다. 다음날 아침, 영화의 시점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무언가에 이끌리듯 몬탁행 기차를 탔던 그 아침, 클레멘타인을 차에서 기다리던 그날로 말이다. 그리고 라쿠나사 직원 메리가 보내온 우편물을 받고 두 사람은 과거에 연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서로에 대한 기억을 지웠던 기록들을 확인하게 된다. 서로를 미워하며 상처 주었던 날카로운 말들, 자신들의 수치스럽고 적나라한 과거를 마주하며 충격을 받는다. 클레멘타인은 다시 만나도 또 그렇게 될 거라는 걸 두려워 하지만 조엘은 그래도 괜찮다며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시작하기로 한다.

로맨틱 영화의 명작

사랑이라는 감정이 처음에는 자신도 모르게 서로에게 이끌리고 미친 듯이 사랑에 빠진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다다를 즈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다가 다시 사랑하고 또 싸우고 사랑하고 반복의 연속이다. 물론 이 모든 것을 초월하는 사랑도 분명 존재한다. 영화 이터널 선샤인은 특별한 사연이나 사건이 아닌 누구나 사랑을 하며 겪을 수 있는 감정들을 기억 삭제라는 독특한 설정을 통해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마치 판타지를 보는 것처럼 신선하고 특별하게 만든다. 모든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며 느끼는 흔한 감정들이 나에게 만은 특별한 것처럼 말이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중이라면 너무 당연해 익숙해져 버려 잊고 지냈던 소중한 기억들이 무엇인지 다시 떠올리며 서로를 더 사랑하고, 누군가를 사랑해 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행복했던 지난 추억들을 떠올리며 다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특별한 로맨틱 영화를 찾고 있는 분들이라면 이터널 선샤인을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