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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뱀파이어 소녀 소년을 만나다, 렛미인

렛미인
Let The Right One In, 2008

뱀파이어 영화

영화 '렛미인'은 2008년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이 제작한 영화이다. 스웨덴 작가 욘 아이비데 린드크비스트가 2004년에 쓴 소설 Let The Right One In이 원작이다. 그 후 2010년 할리우드에서 Let me in이라는 제목으로 리메이크될 만큼 기존 뱀파이어 소재의 영화들과는 차별화된 탄탄한 스토리와 연출력으로 많은 호평을 받았다. 할리우드 버전은 혹성탈출을 연출한 맷 리브스 감독과 영화 더 로드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코디 스밋 맥피, 클레이 모리츠가 주연을 맡았다. 이 영화의 원작자 역시 두 개의 버전 모두에 깊은 만족감을 보였다고 한다. 차후 두 영화를 꼭 비교해 보기를 바란다.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지난 20년간의 호러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이 작품은 외로운 한 소년과 뱀파이어 소녀와의 순수하면서도 어두운, 처연하면서도 아름다운 사랑이야기이다. 뱀파이어를 소재로 한 영화는 정통 흡혈귀 이야기부터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된 이야기까지 다양하게 제작되었다. 인상 깊게 보았던 영화로는 게리 올드만과 위노나 라이더 주연의 1992년 작품 드라큘라, 톰 크루즈와 브래드 피트 주연의 1994년 작품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크리스틴 스튜어트와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판타지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꼽을 수 있다. 그중에서도 '렛미인'은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와 뛰어난 미장센, 아이들의 성장과정과 순수한 마음을 뱀파이어라는 소재와 접목시켜 호러와 판타지를 넘나드는 독특함으로 개인적인 취향을 만족시키기에 충분했다. 그 해 로튼토마토 신선도 평점 98점이라는 기록과 함께 많은 평론가들에게 매우 완성도 높은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

12살 소녀 오스칼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지만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거울 앞에서 아이들에게 복수하는 상상을 한다. 눈이 쌓인 어느 추운 겨울밤, 집 밖에 나와 애꿎은 나무에 화풀이를 하고 있던 오스칼에게 얇은 셔츠만 걸치고 정글짐 위에 올라서 있는 한 소녀가 말을 건넨다. 이 소녀는 며칠 전 중년의 남자 호칸과 함께 옆집으로 이사 온 소녀 엘리이다. 창백한 모습의 엘리는 뱀파이어다. 며칠 후, 오스칼은 또다시 혼자 밖으로 나와 큐브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데 엘리가 다가와 말을 건넨다. 가지고 놀던 큐브를 엘리에게 보여주며 빌려준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 발짝 더 가까워진다. 그날 밤, 엘리는 배고픔을 견디지 못하고 지나가는 한 남자를 유인해 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이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피해자의 친구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사건 현장으로 돌아오지만 시신과 소녀는 이미 사라져 버린 후였다. 함께 이사 온 호칸이 시체를 아무도 모르게 하수구에 버린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호칸은 밤이 되면 이상한 도구들과 통을 챙겨나가 사람들을 잡아다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고 피를 통에 담는 끔찍한 행동들을 한다. 여기서 모두가 눈치를 챗을 것이다. 엘리에게 가져다 줄 피였다.

 

어느 날, 오스칼은 정글짐 위에서 육면체 색상이 모두 맞춰져 있는 큐브를 발견하게 되고 또다시 엘리를 만나게 된다. 가까운 친구 하나 없는 자신에게 다정하게 말을 건네주는 엘리, 아무런 편견 없이 평범한 사람으로 자신을 대해주는 오스칼,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게 된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싶은 오스칼은 모스 부호를 공부하고 엘리에게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모스 부호는 서로를 이어주는 소통의 매개체로 그들은 이 소외된 세상에서 벗어나 서로에게 위로와 안식처가 되어준다. 그리고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이에 엘리는 참지 말고 강하게 맞서라고 이야기한다. 그래도 너를 괴롭히면 내가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엘리와 친해지면서 조금씩 자신감을 찾게 되는 오스칼, 자신을 괴롭혔던 코니를 때리고 학교에서 징계를 받을 처지에 놓이지만 이제는 더 이상 괴롭힘을 당하지 않게 된다.

 

여느 때처럼 호칸은 엘리가 마실 피를 구하러 나갔다가 들키게 된다. 그 순간 염산을 자신의 얼굴에 붓고 병원에 입원한다. 엘리는 벽을 타고 올라가 호칸의 병실을 찾아간다. 호칸은 더 이상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지경이 되어버렸다. 호칸은 스스로 목숨을 끊어 엘리에게 자신의 목을 내민다. 호칸이 자신을 희생함으로서 엘리에 대한 사랑을 확인시켜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이후 엘리는 오스칼의 방으로 향하고 둘은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되어주기로 약속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엘리는 '빛이 사라지면 너에게 갈게'라는 쪽지 한 장 남기고 사라진다. 그러던 어느 날, 코니 일당은 복수를 하기 위해 오스칼을 수영장으로 불러낸다. 코니의 형은 오스칼에게 3분 이상 잠수를 못하면 가만두지 않겠다고 위협하고, 오스칼의 머리를 물속으로 담가버린다. 그때 코니 일당의 몸 조각들이 수영장 물속으로 떨어진다. 물 밖으로 나온 오스칼 앞에는 엘리가 보이고 소년은 미소를 짓는다. 덜컹거리는 기차 안, 오스칼 옆에는 커다란 여행가방이 놓여있다. 오스칼은 가방 위에 손가락을 얹고 모스 부호를 보낸다.

 

겨울 영화 '렛미인' 추천

원제를 보면 영화의 메시지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마음 하나 기댈 곳 없는 외로운 소년 오스칼, 평범한 삶을 살아갈 수 없는 뱀파이어 소녀 엘리. 영화 후반부쯤 엘리는 오스칼 집에 찾아가 자신을 집안에 들어가게 해달라고 말하고 오스칼은 아무런 거리낌 없이 엘리를 받아들인다. 그리고 피 묻은 입술로 오스칼에게 입맞춤을 한다.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순간, 두 사람의 사랑은 그렇게 완성된다. 나를 온전히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해주는 사람, 아무런 의심 없이 믿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세상을 살아갈만한 곳이 아닐까? 당신에게도 그런 사람이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창백한 겨울, 따스한 입김을 마음속에 불어넣어 줄 영화 '렛미인'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