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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해마다 눈이 오면 생각나는 영화, 가위손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0

저택 안에서의 고립된 생활

창밖으로 하얀 눈이 내리는 어느 날 밤, 침대에 누워있는 소녀는 할머니에게 눈은 어디서 오는지 묻는다. 잠을 자지 않고 이야기를 해달라고 재촉하는 소녀에게 할머니는 긴 이야기를 시작한다. 산꼭대기 외딴 성에 외롭게 살고 있는 발명가가 있다.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사람을 만들고 뇌와 심장도 만들어 준다. 손을 만들어 주려던 그는 갑자기 숨을 거둔다. 완전한 인간이 되지 못한 채 인간의 손 대신 가위를 달고 홀로 남겨진 남자,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 가위손 에드워드(조니 뎁)이다. 어느 날, 화장품 외판원 펙은 화장품을 팔기 위해 우울한 분위기가 감도는 저택까지 오게 된다. 하지만 안에 들어서는 순간 놀라울 정도로 아름다운 정원의 모습이 펼쳐진다. 또 다른 세상에 온듯한 마법 같은 순간이다. 누군가의 의해 멋지게 가꾸어진 정원은 내면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하고자 했던 영화의 주제가 그대로 드러나는 장면이다. 저택 안으로 주인을 찾아 들어간 펙은 창백한 얼굴에 온통 상처 투성이인 가위손 에드워드를 만난다. 에드워드의 모습에 연민을 느낀 펙은 에드워드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고 남편 빌, 딸 킴, 아들 케빈과 함께 생활하게 된다.

세상으로 나오다

옷 입는 것부터 먹는 것, 자는 것까지 불편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 사람들과의 삶에 적응해 나간다. 오랜 고립된 생활을 벗어나 에드워드는 행복을 느끼기 시작한다. 정원의 나무를 멋지게 손질하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주며 마을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게 되고 강아지 털을 깎아주고 사람들의 머리를 예쁘게 잘라주면서 순식간에 미용계의 달인으로 거듭나게 되고 심지어는 TV에도 출연한다. 에드워드는 자신도 모르게 펙의 딸 킴(위노나 라이더)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가 처음 마을로 내려와 펙의 집에 온 날, 사진 속 그녀의 모습을 본 그 순간부터 이미 예감했던 일이었다. 첫사랑의 시작. 킴에게는 철없고 비열한 짐이라는 남자 친구가 있다. 어느 날, 짐은 자동차를 사고 싶어 킴을 꼬드겨 에드워드를 이용해 자신의 아버지 물건을 훔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경보기가 울리면서 결국 에드워드는 집안에 갇히게 되고 경찰에게 잡혀가는 신세가 된다. 하지만 어떻게 된 일인지, 누가 시킨 것인지에 대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온전하지 않은 에드워드의 상태를 확인한 경찰은 다행히 그를 집으로 돌려보내지만 이미 소문이 퍼져 집 앞에는 기자들이 들이닥치고 동네 사람들의 시선은 순식간에 돌변한다. 얼마 후 집으로 돌아온 킴은 에드워드에게 사실을 고백하고 사과한다. 에드워드는 이미 자신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왜 시키는 대로 했냐고 물어보는 킴에게 에드워드는 네가 부탁했으니까라고 대답한다. 그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나타난 짐에게 킴은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하라고 추궁한다. 하지만 짐은 에드워드를 감싼다고 더 화를 낸다. 이에 에드워드는 처음으로 분노의 감정을 느낀다. 그 사건 이후 킴도 조금씩 에드워드에게 이전과 다른 애틋한 감정을 느낀다. 크리스마스이브 저녁, 펙의 가족은 파티 준비로 한창이다. 밖에서 에드워드는 얼음 조각을 만들고 있고 흩날리는 얼음 조각들은 마치 하얀 눈이 되어 내리는 것 같다. 그 아래에서 킴은 춤을 춘다. 대니 엘프만의 'Ice Dance' 선율도 함께 흐른다. 가위손 OST와 더불어 이 영화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장면으로 꼽히는 씬이다. 그런데 갑자기 짐이 나타나고 에드워드는 실수로 킴의 손을 다치게 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로 에드워드를 위협하는 짐, 에드워드의 손은 결국 무기로 변한다. 짐의 차에 치일 뻔한 킴의 동생 케빈을 구한다. 하지만 죽이려고 했다는 오해를 받는다. 결국 에드워드는 도망치고 경찰과 마을 사람들은 그를 뛰 쫒는다. 살던 저택으로 도망 온 에드워드, 그를 쫓아 들어온 킴과 짐. 몸싸움이 시작되고 킴을 해치려고 하는 짐을 에드워드는 손으로 찌르고 짐은 성 밖으로 떨어져 죽는다. 에드워드를 쫓아 성에 도착한 사람들은 그를 잡으려고 성밖에 모여있다. 킴은 에드워드에게 사랑한다는 말과 함께 처음이자 마지막 작별의 키스를 하고 그를 떠나온다. 마을 사람들에게는 에드워드는 죽었다고 거짓말을 한다. 전에 에드워드가 자신을 지켜주었듯이 이번에는 그녀가 에드워드를 지켜낸다. 그날 이후 오랜 세월이 흐르고 킴은 할머니가 되었다. 다시는 그를 볼 수 없었지만 아직도 그곳 성안에 있다고 믿는다. 그가 마을에 오기 전까지는 눈이 한 번도 온 적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실제로 두 주인공 조니 뎁과 위노나 라이더는 이 영화에 출연하면서 뜨거운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년 만에 헤어진다. 2009년 엘르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위노나 라이더는 조니 뎁을 나에게 처음으로 이별을 맛보게 하고 가슴을 아프게 했던 남자라고 회상했다고 한다.

아름답지만 가슴 시린 동화

영화 가위손은 현실과도 많이 닮아 있다.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면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나쁜 사람이 되기도 한다. 에드워드의 가위손이 그랬다. 예쁘게 정원을 가꿔주고 머리를 해줄 때는 그토록 아름답게 보이던 가위가 순식간에 상대방을 향한 무기가 되고 파국으로 치닫는다. 마을 사람들의 모습의 모습도 그랬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 한마디로 사람을 몰아가고, 집단 이기주의에 빠져 무엇이 진실인지 보려고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마냥 동화처럼 아름답게만 기억될 수 없는 가슴 시린 영화이기도 하다. 올해도 여전히 눈이 오는 날이면 나는 에드워드를 떠올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