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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킹스맨

King's Man (2015~2021)

새로운 스파이 액션의 탄생

영화 킹스맨은 천재 작가 마크 밀러의 만화 시크릿 서비스를 원작으로 한 실사영화이다. 엑스맨: 퍼스트 클래스로 잘 알려진 매튜 본이 감독을 맡으며 기존과는 차별화된 개성 넘치는 스토리와 연출력으로 새로운 스파이 액션의 시대를 열었다. 2011년 작품 킹스 스피치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제64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 등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영국 출신 배우 콜린 퍼스와 우리에게는 무명이였던 신인 배우 태런 에저튼을 캐스팅한 것은 신의 한 수였다. 그는 킹스맨으로 스크린을 통해 완벽하게 데뷔에 성공했고 영화 속 액션 장면들 대부분을 대역 없이 훌륭하게 소화해 내며 촬영 스태프들에게도 박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청춘의 증인, 레전드, 독수리 에디, 후드, 로켓맨에서 당당히 주연을 맡으며 다양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킹스맨에서 유독 눈에 띄는 것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이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통쾌하고 세련된 액션 시퀀스들이다. 영화 후반부 콜린 퍼스의 폭발적인 액션씬은 한국 영화 올드보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시크릿 에이전트, 2015

1997년 국제 비밀정보 기구 킹스맨의 요원 해리 하트(콜린 퍼스)는 비밀리에 임무를 수행하던 도중 수류탄이 터져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동료였던 에그시의 아버지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지고 직접 아내를 찾아가 남편의 사망 소식을 전한다. 무슨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전화번호가 적힌 메달을 하나를 건네주지만 슬픔에 빠진 아내는 메달을 던져버리고 어린 아들 에그시에게 대신 그 메달을 전해준다. 그 후 17년의 시간이 흐르고 에그시는 어머니와 함께 별 볼일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어느 날 술주정뱅이에 폭력을 일삼는 형편없는 새아버지 딘의 부하들과 시비가 붙게 되고 경찰서에 끌려가게 된다. 어릴 적 받았던 메달 뒤에 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건 애그시는 해리의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한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해리가 딘 부하들을 혼내주는 장면은 시작 초반부터 짜릿하고 젠틀한 최고의 액션신을 보여준다. 에그시(태런 에저튼)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자신을 구해 준 옛 동료에게 진 마음의 빚을 갚고 싶었던 해리는 에그시에게 킹스맨이 되기 위한 기회를 준다. 이제부터 목숨을 건 위험한 훈련이 시작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 관문에서 실패하고 만다. 한편, 악당 발렌타인(사무엘 L. 잭슨)은 지구 온난화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며 선택받은 사람들을 제외하고 인구 몰살 계획을 세운다. 이는 어벤져스의 닉 퓨리와 매우 대조적인 모습이다. 극 중 타노스와 비슷한 신념을 가지고 그 역할을 킹스맨에서 대신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 그의 충실한 부하 가젤의 칼날로 만든 다리는 보기만 해도 소름 끼친다. 발렌타인의 계략으로 해리의 죽음을 목격하고 킹스맨의 수장인 아서가 발렌타인과 협력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빠르게 캐치한 에그시는 아서를 죽이고 이미 킹스맨으로 임명된 동기 록시와 함께 발렌타인을 막기 위해 위험천만한 싸움을 시작하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을 구해내며 당당하게 킹스맨의 일원으로 본격적인 활동의 시작을 알린다.

사실 킹스맨이 개봉했을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무수히 많은 맨 시리즈들이 나왔던 터라 제목도 식상하게 느껴졌고 딱히 좋아하는 배우도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기대 없이 보게 된 이 영화는 시작부터 신선한 스토리, 압도적인 비주얼과 액션을 선보이며 배우 태런 에저튼과 콜린 퍼스의 케미를 최고치로 끌어올리며 극강의 몰입감을 선사했다. 스크린 첫 데뷔작인 배우 태런 에저튼을 머릿속에 확실하게 각인시켰고, 콜린 퍼스는 영국 신사다운 중후하고 젠틀한 스파이로서 기품 있는 모습은 선보이며 세련된 카리스마를 보여 주었다. 다소 잔인하고 충격적인 장면들로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지만 영화 후반부쯤 머리가 터지는 장면에서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삽입하여 폭죽이 터지는 모습으로 승화시킨 장면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이 장면은 SBS 드라마 열혈 사제에서 오마주 하여 우리의 안방극장에 큰 웃음 폭탄을 안겨주기도 했다.

골든 서클, 2017

킹스맨의 정식 요원이 된 에그시, 그 후 1년.
1편에서 킹스맨 후보였던 찰리가 국제적 마약조직인 골든 서클의 지시를 받아 기계 팔을 하고 에그시를 찾아와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기계 팔은 원격 조정으로 킹스맨의 정보를 빼내고 본부는 물론 요원들의 집까지 미사일의 공격을 받게 되고 에그시와 멀린(마크 스트롱)을 제외한 킹스맨 요원 전원이 사망한다. 둘은 킹스맨 최후의 날 규약에 따라 행동하기로 한다. 그리고 미국에도 킹스맨, 일명 스테이츠 맨이 존재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테이츠맨의 도움으로 1편에서 총에 맞아 죽은 줄로만 알았던 해리 하트는 목숨을 구하지만 한쪽 눈을 잃는다. 게다가 치료 부작용으로 최근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다. 에그시는 과거의 트라우마를 이용해 해리의 기억을 되살리지만 완벽하지는 않다. 엄청난 부를 지니고 있는 골든 서클 조직의 리더 포피(줄리안 무어), 그녀는 채식주의자이고 사람을 죽이는 일도 서슴치 않는다. 포피는 모든 약에 자신이 만든 바이러스를 심어 놓았고, 한 번이라도 약에 손을 댄 사람들은 푸른 발진 증상을 시작으로 순식간에 사망에 이른다. 유일한 해독제도 포피가 가지고 있다. 에그시의 연인 틸디 공주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푸른 발진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다. 에그시와 해리, 멀린은 해독제를 찾기 위해 골든 서클 본부로 침입한다. 이 과정에서 멀린은 지뢰를 밟아 사망하고 에그시와 해리는 골든 서클과의 한바탕 싸움이 시작된다. 이들의 활약으로 포피는 해독제의 암호를 말하고 죽는다. 그런데 스테이츠맨의 멤버 위스키가 나타나 목숨을 위협한다. 위스키는 약물 중독자에게 사랑하는 여자를 잃고, 관련된 자들을 모두 없애려고 한다. 이제는 영국 킹스맨과 미국 스테이츠맨의 대결이 시작된다. 당연히 우리의 킹스맨이 승리한다. 해독제는 다행히 성공적으로 전 세계로 배달되고 킹스맨과 스테이츠맨은 의형제를 맺고 위스키의 죽음으로 공석이 된 전략 요원의 자리는 진저(할리 베리)가 채우게 된다. 그리고 에그시와 틸디 공주와 결혼식을 올리며 영화는 끝이 난다.

억지로 차 맞춘 것 같은 개연성 떨어지는 스토리와 과도하게 폭력적이고 자극적인 장면들, 모든 면에서 완벽했던 1편을 보고 기대를 했던 작품이었기에 실망도 컸다.

퍼스트 에이전트, 2020

2021년 12월 22일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얼마 전, 킹스맨 퍼스트 에이전트 파이널 예고편이 공개되었고 이 작품은 킹스맨 3편이 아니라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킹스맨의 탄생 과정을 그린 프리퀄이다. 정보에 의하면 킹스맨 3편은 2022년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한다. 1, 2편의 매튜 본 감독이 그대로 연출을 맡았고 원작 없이 감독이 직접 쓴 오리지널 작품이라고 한다. 쉰들러 리스트, 퀴즈 쇼, 잉글리쉬 페이션트, 해리 포터 등 많은 작품에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 준 배우 랄프 파인즈가 옥스포드 공작 역을, 말레피센트 2에서 필립 왕자 역을 맡았던 신인 배우 해리스 디킨슨이 공작의 아들 콘래드 역을 맡았다. 공개된 영화의 내용을 살펴보면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고 주인공 콘래드는 전쟁에 참전하기를 원하지만 아버지 옥스포드의 반대로 두 사람은 갈등하게 된다. 아버지는 대신 아들에게 비밀리에 운영하고 있는 독립 정보기관 킹스맨에 함께 일하자고 제안하고 킹스맨의 일원이 된 아들은 전 세계 사람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악당 조직과 대결을 펼치게 된다는 내용이다. 이 두 사람이 아버지와 아들로 어떤 조합을 선보일지 궁금해진다. 전작인 에그시와 해리의 완벽한 케미로 이 둘은 비교 대상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외에도 킹스맨의 요원으로 잼마 아터튼, 디몬 하운수, 악당 조직에는 리스 이판, 다니엘 브륄 등이 출연한다. 새로운 시대적 배경과 새로운 출연진들이 함께하는 이번 작품으로 2편에서의 혹평을 잠재우고 다시 재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곧 그들의 탄생을 다 함께 목격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