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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가장 현실적인 블랙코미디 재난영화, 돈 룩 업

Don't Look Up, 2021

새로운 장르, 초호화 캐스팅

코미디 작가이자 감독으로 유명한 아담 맥케이는 영화 빅 쇼트와 바이스를 통해 미국 사회의 전반적인 이슈를 재치 있게 풀어내는 탁월한 능력으로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나가고 있다. 2021년에는 영화 돈 룩 업으로 지금까지 지구 종말을 다룬 영화와는 다른 차별화된 스토리 라인과 연출력으로 새로운 행보를 보여준다. 이전에도 소행성 충돌을 소재로 한 영화는 많았다. 아마겟돈, 딥 임팩트, 그린란드 등을 통해 우리는 재난에 대한 공포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다. 실제로도 소행성 충돌로 인해 6600만 년 전 공룡이 지구에서 멸종되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들은 2000개가 넘는다다. 나사를 비롯하여 수많은 천문학자들이 궤도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상상하기 조차 싫은 끔찍한 재앙이다. 돈 룩 업이라는 작품을 기존에 다뤄졌던 SF작품들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 영화는 현대사회의 모든 부조리를 날카롭게 비판한 블랙 코미디다. 혜성 충돌로 인한 인류 종말 위기 이전에 인간 자체가 재해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역대급 초호화 캐스팅만으로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작품이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제니퍼 로렌스, 롭 모건, 매릴 스트립, 조나 힐, 마크 라이런스, 케이트 블란쳇, 티모시 샬라메, 타일러 페리 등 수많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숨은 그림 찾기를 해야 했던 크리스 에반스의 카메오 출연, 아리아나 그란데의 아름다운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재난 영화인가? 코미디 영화인가?

대학원생 케이트는 초신성을 관측하다 새로운 혜성을 발견하지만 기쁨도 잠시, 지도 교수 랜들 민디 박사는 혜성의 궤도를 분석하다가 혜성이 지구로 향해 오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지구에서 공룡을 멸종시킨 것보다 훨씬 큰 소행성이다. 6개월 14일 후 지구와 충돌해 모든 생명체를 파멸시킬 인류 멸종 수준이다. 두 사람은 이 사실을 케네디 우주센터에 알리고 나사에서도 사실임을 확인한다. 지구방위 합동본부의 수장으로 있는 테디 박사는 랜들 박사와 케이트를 워싱턴으로 부르고 백악관에서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기로 한다.

 

테디 박사, 랜들 박사, 케이트는 대통령을 기다린다. 뒤늦게 나타난 올린 대통령은 생일 파티와 정치놀음에 정신이 팔려 면담을 미룬다. 셋은 언급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7시간을 기다리다 허탕을 치고 돌아간다. 다음날 다행히 면담이 성사된다. 대통령과 비서실장으로 있는 아들 제이슨은 위급한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기다리면서 상황을 지켜보자며 기밀에 붙인다. 테디 박사는 과학계에 도움을 청해 보기로 하고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다른 방법을 찾기로 한다.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잭과 브리가 진행을 맡은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 데일리 립에 출연하여 사실을 알리기로 한다. 여기서 아리아나 그란데가 깜짝 출연한다. 하지만 진행자들은 이들의 말을 가십거리로 받아들이고 농담을 하며 웃어넘긴다. 이에 화가 난 케이트는 우리 모두 100% 뒈진다며 소리를 지르고 나가버린다. 순식간에 케이트는 조롱거리가 된다. SNS에는 이상한 합성 사진들이 도배가 되고 마녀사냥이 시작된다. 케이트의 남자 친구는 사적인 이야기를 SNS에 올린다. 반면 다소 소극적인 태로를 보였던 랜들 박사의 호감도는 상승한다. 어느 날 랜들, 케이트, 테디는 FBI에 붙잡혀 백악관으로 오게 된다. 그들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대통령과 아들은 지구를 지키기 위해 국가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한다. 이상한 영화를 찍었던 대법관 후보자와의 스캔들로 중간 선거에 타격을 입게 된 대통령은 혜성 충돌에 대응해 반전을 꽤 하려는 수작이었다. 그럼에도 랜들, 테디 박사는 기뻐한다. 케이트는 정부가 뭐라도 한다니 다행이라며 울기까지 한다. 대통령이 국가 예산을 확보해 우주선과 위성에 핵폭탄을 탑재해 혜성의 궤도를 변경하겠다고 대국민 긴급성명을 발표한다. 성명 발표 후 대통령은 중간 선거에서 압승하고 노벨평화상 수상까지 논의된다. 경제는 불안정해지고 인터넷은 온통 종말에 관한 이야기들로 들썩거린다. 랜들 박사의 인지도는 점점 높아지고 데일리 립뿐만 아니라 아동 프로에도 출연하여 사람들을 안심시키고 정부의 계획안을 옹호한다. 이런 상황에 랜들 박사는 데일리 립 진행자인 브리와 바람을 피우고, 부인에게 현장을 들켜 헤어진다. 전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로켓이 발사된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돌아온다.

 

위기에 무지한 사람들

IT기업 배시의 CEO이자 인류 역대 부자 순위 3위의 피터의 등장으로 상황은 급변한다. 랜들 박사는 백악관 수석 과학 고문이 된다. 케이트와 테디 박사는 파면당한다. 피터에겐 위기가 기회였다. 혜성에는 140조 달러 가치의 값진 희귀 광물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자신들의 기술로 혜성을 정확하게 분할해 태평양에 떨어뜨려 가져오기로 한다. 세계 기아, 사회적 불공정, 생물의 다양성 상실 등을 해결할 수 있다는 그럴싸한 헛소리로 포장하여 대통령을 설득한 것이다. 랜들, 테디, 케이트는 식당에서 만나 현 상황을 이야기한다. 랜들 박사는 이미 우리 손을 벗어난 일이고 저쪽에 힘이 있으니 그 틈에 들어가 대참사가 되지 않게 막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 식당 안 사람들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궁금해한다. 케이트는 사람들도 사실을 알아야 한다며 정부가 혜성에서 금, 다이아몬드 같은 희귀 광물들을 찾았는데 부를 쌓기 위해 지구에 떨어지게 놔두려고 한다고 폭로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발끈한 사람들은 폭동을 일으키고 케이트는 격리되지만 법무부 장관과 합의를 보고 풀려난다. 부모님을 찾아가지만 정부의 말을 신뢰하는 부모님은 케이티를 받아주지 않는다. 미디어에서는 배시 기업이 정부와 협력하여 불확실한 시대의 친구가 되어주고 일자리를 준다는 광고들이 판을 친다. 사람들은 일자리 창출을 기대하며 정부와 배시의 말에 믿음을 갖기 시작한다. 혜성 존재 자체를 부인하는 사람들까지 생기기 시작한다. 대통령과 피터 박사는 혜성 분할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랜들은 걱정을 하지만 아무도 그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랜들 박사는 데일리 립에 출연해 혜성의 존재는 테이터로 입증되었다고 말하자 진행자들은 다른 이야기로 말를 돌리며 농담을 주고받는다. 랜들은 다른 사람들 말을 듣지도 않는 진행자들에게 크게 화를 내고,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Just Look Up, Don't Look Up

케이트는 마트에서 일하다가 자신의 팬이라며 호감을 보이는 남자 율을 만나게 되고, 둘은 옥상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는데 멀리 혜성이 보인다. 아내와 화해를 하러 가던 랜들 박사도 차를 세우고 하늘을 본다. 내가 말했던 게 저 혜성이라고 소리치자 사람들은 하나 둘 차를 세우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올려다본다. 랜들 박사와 케이트는 인터넷 중계로 그냥 하늘을 보라고 외쳐대고 그제야 혜성을 확인한 사람들도 그들의 외침에 동참한다. 세계를 구하기 위한 마지막 콘서트가 열리고 아름다운 목소리의 라일라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그녀의 아름다운 목소리와는 달리 가사는 너무도 대조적이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올려다보지 말라고 외치는 부류들이 있다. 대통령은 반대편 사람들은 국민들이 두려워하길 바래서 하늘을 보라고 말하는 거라며 고개를 숙이고 앞을 보고 한발 한발 나아가라고 연설한다. 3개국이 합동으로 추진하려 했던 미사일 발사 계획은 실패하고 이제 남은 건 배시의 계획뿐이다. 피터 박사, 대통령, 아들 제이슨이 지켜보는 가운데 배시의 프로젝트는 실행되지만 실패로 돌아간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온다며 피터와 대통령은 밖으로 나간다. 아들 제이슨은 엄마를 기다린다. 상황실에 있던 사람들도 가족들을 만나러 하나둘씩 자리를 떠난다. 몰래 빠져나온 피터와 대통령은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준비해 놓은 우주선으로 향한다. 우주선은 2천 명 정원으로 사람들이 냉동 수면기에 들어가면 자동 항해하고, 지구와 닮은 행성을 찾아 착륙한다. 대통령은 랜들 박사에게 전화를 걸어 한 명만 데리고 오라고 하지만 랜들은 거절한다. 그리고 그제야 대통령은 아들 제이슨을 깜빡 잊고 나왔다는 사실을 인지한다. 랜드 박사와 케이트, 율은 함께 차를 타고 달린다. 차 안에서 율은 케이트에게 사랑 고백을 한다. 다 함께 식료품점에 들러 먹을 것을 사고 랜들 박사의 집으로 향한다. 랜드 박사는 아내에게 가족처럼 저녁 식사를 하고 싶다며 꽃을 전해주며 미안하고 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가족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테디 박사는 와인을 들고 온다. 모두 식탁에 모여 맛있는 식사와 이야기를 나누며 다 함께 손을 꼭 잡고 기도를 하며 종말을 맞이한다.

 

쿠키영상

  1. 22740년, 우주선은 어떤 행성에 착륙하고 냉동 수면에서 깨어난 사람들은 벌거벗은 채로 모두 밖으로 나온다. 그들은 낯선 생명체들에게 둘러싸이고 죽음을 맞이한다.
  2. 폐허가 된 건물 더미로 대통령의 아들 제이슨은 밖으로 나와 엄마를 찾는다. 핸드폰을 들고 자신은 지구 최후의 생존자이고 여긴 다 망했다며 좋아요, 구독 눌라달라고 말한다.

 

가장 현실적인 재난영화

돈 룩 업은 썩어버린 기득권 세력들의 무능함과 무책임함의 끝을 보여준다. 언론의 거짓 뉴스와 대중 선동 등 현실과도 너무나 닮아있다.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미래의 일과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재의 일을 절묘하게 엮어 최고의 재난 블랙 코미디로 신선한 충격을 안겨준다. 등장인물들이 모두 현실에 존재하는 인물들과 다를 게 없다는 사실에 우울해지기도 한다. 기존 영화들이 재난 상황에 인간들이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표현했다면 이 영화는 인간의 무감각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를 보여준다. 아무리 진실을 말해도 들어주지 않는 외침들. 랜들 박사와 케이트가 TV쇼에 나가 소리 지르던 장면들은 속이 후련하기도 했지만 불편한 마음 또한 감출 수 없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 한가운데 서 있다. 이 혼란한 상황 속에서도 정권을 잡고 싶은 마음뿐인 권력자들. 과연 국민들의 안전은 안중에나 있기는 한 걸까? 이제 어떤 것이 진실인지, 진실은 있는 것인지, 점점 불신 지옥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한편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기후 위기로 지구에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수많은 과학자들이 경고하고 있지만 우리는 모르는 척 현재의 편안함에 안주하여 무감각한 삶을 살고 있다. 영화 돈 룩 업 속의 리얼하고 어이없는 상황들과 대사들로 웃음을 주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불편한 진실들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든다. 우리가 무엇을 보려 하지 않는지 스스로를 돌아보게 한다. 랜들 박사와 케이트의 외침에 다시 한번 귀 기울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