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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나의 사랑 나의 혈육 모쿠슈라, 밀리언 달러 베이비

Million Dollar Baby, 2004

2005년 최고의 작품

영화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2005년 아카데미 7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어 4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미국 지역 비평가 협회, 영화 관련 협회에서 많은 수상을 하며 그 해 최고의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퍼펙트 월드,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그랜 토리노, 라스트 미션 등으로 유명한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에서 감독과 주연을 맡았다. 음악까지 직접 작곡하는 저력을 보이며 당시 74세의 나이로 역대 최고령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 기록을 세웠다. 모건 프리만과 힐러리 스웽크도 함께 출연한다. 믿고 보는 배우 모건 프리먼과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영화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적 있다. 모건 프리먼은 영화 전반에 걸쳐 관찰자의 시점으로 담담하고 진중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1994년 작품 쇼생크 탈출에서의 목소리를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힐러리 스웽크는 권투선수 매기 피츠제랄드 역으로 다시 한번 여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아카데미 2관왕에 올랐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오직 권투가 전부였던 여성의 꿈을 향한 도전과 가족보다 진한 사랑의 관한 이야기이다.

권투가 전부인 매기

한 경기장에서 권투 경기가 열리고 흑인 선수 윌리는 눈 밑이 찢어져 피가 흐른다. 트레이너 프랭키 던에게 지혈을 요청하고 신기하게도 피는 금세 멈춘다. 덕분에 윌리는 승리를 거둔다. 멀리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던 매기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프랭키를 기다린다. 그리고 선수로 키워달라고 부탁한다. 프랭키는 여자는 선수로 키우지 않는다고 단호하게 거절한다. 프랭키는 최고의 지혈사였고 지금은 트레이너와 매니저로 일한다. 프랭키는 매일 성당에 나가 미사를 본다. 그는 실없는 질문으로 신부님을 난처하게 만들고 서로 티격태격하기도 한다. 그리고 딸 케이티에게 편지를 쓰지만 늘 반송된다. 프랭키와 에디는 히트 피트라는 낡은 체육관을 운영하고 있다. 프랭키는 윌리를 키우지만 더 빨리 돈을 벌고 싶었던 윌리는 프랭키를 떠난다. 프랭키의 거절에도 불구하고 매기는 체육관을 찾아와 샌드백을 치고 있다. 그 모습을 본 프랭키는 시간 낭비하지 말라며 다시 한번 거절한다. 매기는 그를 이때부터 대장이라 부르기 시작한다. 매기의 나이는 31살이다. 그녀는 미주리 남서부 시골 마을에서 왔고 레스토랑에서 일한다. 돈을 한 푼이라도 모으기 위해 손님이 먹다 남긴 음식을 몰래 가지고 와서 끼니를 때운다. 매기는 체육관 회비를 6개월치나 내고 혼자 연습을 한다. 그날 밤 에디는 체육관을 정리하며 불을 끄려고 하는데 멀리서 샌드백 치는 소리가 들리고 매기는 아직도 연습 중이다. 그 모습을 본 에디는 샌드백 치는 방법을 알려준다. 매기에게 프랭키의 스피드 백도 빌려준다. 매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체육관에 나와 연습을 하지만 프랭키는 받아주지 않는다. 매기에게 나이가 너무 많고 4년은 훈련해야 선수가 될 수 있다고 핀잔을 주지만 매기는 개의치 않는다.

본격적인 훈련

연습은 계속되고 매기는 모은 돈을 털어 스피드 백도 산다. 밤에 체육관에 오게 된 프랭키는 생일날까지 연습하고 있는 매기를 보게 된다. 매기의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엄마는 140kg이다. 오빠는 감옥에 있고, 여동생은 정부에서 양육비를 받으며 살고 있다. 가족을 부양해야 하지만 권투 하는 게 너무 좋다. 권투가 아니면 그녀에게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 훈련만 제대로 시켜주면 반드시 챔피언이 되겠다고 자신감을 보인다. 프랭키는 마지못해 그녀를 받아준다. 대신 무조건 하라는 대로 따라와야 하고, 아무것도 묻지 말고, 질문도 하지 말고, 다쳐도 징징거리지 말고, 여자라고 봐주지 않겠다고 한다. 대신 기본은 가르쳐 주겠지만 매니저를 구하면 손을 뗀다고 한다. 프랭키는 서는 자세부터 다리 움직이는 법, 다리를 벌리는 것까지 전부 가르친다. 모든 것이 뼛속 깊이 박히도록 온몸으로 익히게 만든다. 훈련을 다 마친 후 프랭키는 그동안 즐거웠다며 매리에게 샐리라는 매니저를 소개해주고 말했던 대로 손을 뗀다. 매기의 첫 시합, 공격이 먹히지 않는다. 그 모습을 프랭키와 에디가 멀리서 지켜본다. 매니저 샐리가 라이트급 시합을 주선하려고 매기를 미끼로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된 프랭키는 경기중에 매기를 자신의 선수로 받아들인다. 매기는 프랭키의 코치를 받아 경기에서 승리한다. 시합이 끝난 후 프랭키는 매기에게 규칙을 잊었다며 항상 자신을 보호하라고 말한다. 그리고 다시는 매기를 버리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승리의 연속

매기는 1라운드 만에 상대를 이기고 또 이기며 거침없는 경기력으로 빠르게 성장한다. 6라운드 데뷔전은 상대를 위해 일부러 시간을 끌기도 한다. 그 후 다른 선수의 매니저들은 매기와의 시합을 기피하고 프랭크는 자신의 돈을 들여 매기의 시합을 주선하지만 오래가지 못한다. 결국 프랭키는 체급을 올린다. 매기는 시합에서 코가 부러지고 출혈이 멈추지 않는다. 프랭키는 기권하라고 하지만 매기는 포기하지 않고 결국 승리한다. 12연승 후, 반칙을 일삼는 악명 높은 선수 WBA 웰터급 챔피언 블루베어 빌리와의 경기를 제안받지만 프랭키는 단박에 거절한다. 빌리에게 진 자메이카 출신 선수와의 경기도 거절한다. 어느 날 에디는 훈련을 하고 있던 매기를 데리고 식사를 하러 가자고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다. 에디는 39살까지 23년간 권투를 했고 37살 생일 직후 프랭키를 만났다. 마지막 시합 때는 매니저가 술에 절어서 나타나지 않았지만 프랭키가 옆에 있어주었다. 그날 에디는 눈이 찢어져 피가 눈 안으로 흘러 들어가 경기를 멈춰야 했다. 하지만 매니저가 아니었던 프랭키는 경기를 중단시킬 수 없었다. 대신 지혈을 해주었고 에디는 결국 경기에 패하고 다음날 실명했다. 프랭키는 그날의 일을 지금까지 함구했고 그날 시합을 멈추고 눈을 구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고 있었다. 그리고 타이틀전을 하고 싶다면 프랭키 말고 다른 사람을 찾으라고 한다. 매니저를 소개해 주지만 매기는 거절하고 프랭키를 떠나지 않는다. 프랭키는 매기의 집을 찾아간다. 자신의 인생은 실수투성이지만 매기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대출받지 말고 작은 집도 사라고 한다. 그리고 매기에게 시합할 선수의 경기 테이프를 건네준다. 경기 당일 프랭키는 매기에게 농담도 하며 실크로 만든 가운을 선물로 준다. 뒤에는 글씨가 적혀 있지만 뜻은 알려주지 않는다. 더 어리고 경험도 많은 만만치 않은 상대이지만 매기는 이번에도 승리하고 사람들은 "모쿠슈라"를 외치며 환호한다. 가운에 적힌 글씨는 매기의 애칭이 된다. 그 후 에든버러, 파리, 암스테르담에서 열리는 경기에서도 이기고 미국으로 돌아온 매기는 스타가 되어 있었다. 매기는 엄마에게 줄 집을 융자 없이 사고 프랭키에게 시간을 내서 같이 다녀오자고 한다. 엄마와 여동생에게 새집을 보여주자 동생은 냉장고, 스토브로 없다며 투털 거린다. 엄마는 정부에서 알면 보조금이 끊긴다며 화를 낸다. 매기는 돈이 필요하면 집을 팔라고 하자 엄마는 마지못해 집은 그냥 갖겠다고 한다. 엄마는 여자가 권투를 왜 하냐며 남자나 만나 여자답게 살라고 비아냥거린다.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매기는 자신은 대장 말고 아무도 없다고 말한다. 프랭키도 나한테도 네가 전부라고 말한다. 그리고 예전에 아빠와 함께 갔던 아이라의 식당으로 간다. 프랭키가 좋아하는 레몬파이도 있다. 프랭키는 죽어도 후회 없을 최고의 맛이라며 가게를 인수하고 싶다며 농담도 건넨다.

한 순간의 추락

도전자 매기와 WBA 웰터급 세계 챔피언 빌리의 경기가 열린다. 빌리는 반칙의 여왕답게 지저분한 경기를 한다. 매기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프랭키는 계속 조심하라며 코치를 해준다. 매기는 눈까지 잘 안 보이지만 맹공을 펼치고 상대는 휘청이며 3라운드가 끝난다. 사람들을 모쿠슈라를 외치고 매기가 자리로 뒤돌아 오는 순간, 빌리는 매기의 얼굴을 과격하고 매기는 그대로 쓰러진다. 프랭키가 재빠르게 의자를 치우려 했지만 매기의 목은 그대로 의자 위로 떨어져 치명타를 입는다. 매기는 목에 산소 호흡기를 한채 병원에 누워있고 프랭키가 그녀의 곁을 지킨다. 경추와 척추 신경이 손상돼 수술로도 고칠 수 없고 평생 누워있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매기는 대장이 속상해할까 봐 걱정한다. 항상 자신을 보호하라고 프랭키가 이야기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못해 미안해한다. 프랭키는 매기를 고칠 수 있는 의사를 찾기 위해 미국에 있는 병원에 모두 전화를 한다. 두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의사들은 모두 가망이 없다고 한다. 매기는 자세를 바꾸지 못해 욕창이 생기고 프랭키를 그녀를 지극정성으로 돌본다. 그리고 두 달이 되어서야 여섯 시간을 달려 좋은 재활 센터를 찾아 매기를 옮긴다. 매기는 자가 호흡도 어려워 24시간 내내 산소 호흡기를 달고 살아야 했고 몇 시간을 들여서야 겨우 휠체어에 앉을 수 있었다. 프랭키는 책도 읽어주며 그녀 곁을 떠나지 않고 늘 그녀를 위해 기도한다. 매기는 가족들이 온다는 소식에 2주 동안을 매일 창가에 앉아 기다리기도 하지만 가족들은 6일 전에 병원 근처 호텔에 투숙을 하면서도 오지 않았고 한참 후 놀다 온 차림으로 병원에 왔다. 사실을 알고 있던 프랭키는 매기를 만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뻔뻔한 가족들은 변호사까지 대동해 매기의 병실로 들어간다. 가족들은 엄마에게 재산을 양도하라며 매기에 입에 펜을 물리고 서류에 사인하라고 한다. 화가 난 매기는 다시 나타나면 집도 팔아버리겠다며 내쫓는다. 매기의 몸상태는 점점 악화되고 다리가 썩어 잘라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

나의 사랑, 나의 혈육, 모쿠슈라

매기는 꿈에도 상상 못 했던 많은 걸 이루었고, 넓은 세상도 보았고 잡지에도 실렸다. 매기는 프랭키에게 환호성이 사라질 때까지 여기 누워있게 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프랭키는 매기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다. 신부님께 간 프랭키는 매기의 곁에 있고 싶은데 매기는 죽고 싶어 한다며 괴로워한다. 신부님은 그 일은 당신을 파괴하고 결국 자신을 용서하지 못하고 깊은 어둠에 빠져 다시는 영혼을 찾을 수 없을 테니 하느님의 뜻에 맞기라고 한다. 프랭키는 나는 이미 그렇게 된 것 같다며 눈물을 흘린다. 어느 날 매기는 혀를 깨문다. 과다 출혈로 죽기 직전에 겨우 상처를 꿰매지만 정신이 든 매기는 다시 혀를 깨물었다. 병원에서는 할 수 없이 재갈을 물려놓는다. 매기를 살려두는 게 오히려 죽이는 것이라고 생각한 프랭키는 결국 자신을 영혼을 버리기로 하고 체육관에서 약을 챙겨 매기에게 간다. 매기의 산소 호흡기를 떼어주고 계속 자면 된다고 말한다. 매기가 다시 깨어나 또 고통을 겪지 않도록 충분한 양의 주사를 놓아준다. 그리고 모쿠슈라는 나의 사랑, 나의 혈육이라는 뜻이라고 매기에게 말해준다. 에디는 프랭키를 기다리지만 그는 오지 않았다. 습기 가득한 창문 안으로 어렴풋이 프랭키의 뒷모습이 보인다. 이곳은 프랭키와 매기가 함께 갔던 아이라의 식당이다.

영화 리뷰

권투는 어디에도 마음 둘 곳 없고 자신을 받아주는 가족 하나 없던 매기가 삶을 포기할 수 없었던 유일한 이유였다. 그것만이 그녀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었다. 그녀의 절실함은 프랭키를 만나 기회를 얻었고 최고의 선수가 되었다. 온통 상처투성이였지만 누구보다 행복했고 화려하게 빛났다. 매기는 정상에 올랐어도 추악한 가족들에게 마저 따뜻하고 겸손했다. 그런 그녀를 유일하게 알아봐 준 프랭키는 자신의 친딸에게도 주지 못했던 사랑을 매기에게 모두 쏟는다. 마치 원래부터 부녀지간이었던 것 같다. 밀리언 달러 베이비는 1센트짜리 물건만 판매하는 가게에서 백만 불 가치의 물건을 찾았다는 뜻이라고 한다. 프랭키가 매기를 만난 것처럼 둘은 서로에게 보물과도 같은 소중한 존재가 된다. 흔한 스포츠 영화와는 다르게 영화 후반부는 온통 어둠과 절망뿐이다. 그리고 영화는 이제 존엄사에 대한 도덕적인 윤리 문제에 직면한다. 많은 논쟁이 되고 있는 조심스러운 문제이기에 섣부른 판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영화 내에서는 존엄사에 찬성하는 쪽이다. 매기는 진정 자신의 삶에 더 이상 여한이 없어 보였고 빛나던 시간들마저 모두 잃고 싶지 않았다. 프랭키에게도 더 이상 미안하고 싶지도 않았을 것이다. 다만 그 선택의 끝에 그토록 매기 곁에 있고 싶어 했던 프랭키가 있었음에 마음이 아프다. 영화 개봉 당시 나는 엔딩 크레디트가 다 올라가고도 한참을 멍하니 앉아있다 극장을 나왔다. 매기를 보내고 병원을 나갔던 프랭키가 영혼을 잃은 채 껍데기만 떠난 것처럼 말이다. 나의 사랑, 나의 혈육, 모쿠슈라! 그녀가 편히 잠들길 바란다. 그리고 어느 곳에 있던 프랭키가 작은 평화를 누릴 수 있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