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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조정석 도경수의 환상 케미 코미디 영화, 형

형, 2016

브로 코미디, 형

2016년 개봉한 영화 형은 맨발의 기봉이의 권수경 감독의 작품이다. 배우 조정석과 아이돌 그룹 엑소의 멤버 디오(도경수)가 출연하여 화제가 되었다. 영화 친정엄마, 오직 그대만, 타워, 7번 방의 선물, 너의 결혼식 등을 각색하고 코리아, 파파로티, 82년생 김지영 등의 각본을 썼던 유영아 작가가 형에서도 그녀 특유의 따뜻한 손길로 시나리오를 완성시켰다. 이 영화는 15년 동안 서로 떨어져 지내던 두 형제가 다시 동거를 하게 되면서 진정한 형제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린 가족 코미디다. 영화를 보고 나면 영어 제목이 더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영어 제목은 My Annoyed Brother. 짜증 난 동생, 귀찮게 하는 형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다.

남보다 못한 형제

유도 국가대표 선수 고두영(도경수)은 경기 도중 바닥에 머리를 부딪혀 시신경에 큰 손상을 입고 시력을 완전히 잃게 된다. 두영이의 형 고두식(조정석)은 사기 전과 10 범이다. 동생을 핑계로 온갖 불쌍한 척을 하며 가석방으로 풀려나 집으로 오게 된다. 집은 엉망진창이고 앞을 못 보는 두영은 밖에도 나오지 않고 혼자 집에 처박혀 폐인처럼 살고 있다. 둘은 그렇게 함께 살게 되지만 서로를 끔찍하게 싫어한다. 두영이의 코치였던 수현(박신혜)은 집으로 찾아와 청소도 해주고 밥도 차려준다. 그러던 중 수현은 방에 쓰러져 있는 두영이를 발견하고 응급실로 데려간다. 영양실조. 그 말을 들은 수현은 동생을 신경도 쓰지 않는 두식을 탓하며 다투기도 한다. 코치는 두영이가 다시 운동을 하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두영이는 자기 자신을 비하하며 꼼짝도 하지 않는다. 돈이 필요했던 두식은 거짓말로 동생을 꼬셔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다. 그 돈으로 장애인 혜택을 받아 차를 사고, 술을 마시고, 술집에서 만난 여자를 데리로 몰래 집으로 온다.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형, 차라리 혼자 있을 때가 더 편했던 두영은 장애인 시설에 들어가려고 한다.  다시 교도소로 들어가게 될까 봐 걱정인 두식은 할 수 없이 두영이에게 신경 쓰려고 애쓴다. 둘은 목욕탕에 갔다가 과거의 이야기들을 꺼내게 되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두식과 두영은 이복형제였다. 두식이의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가 재혼을 해서 낳은 자식이 두영이었고 둘은 사이도 좋았다. 새엄마도 두식이한테 잘해주었다. 학교 다닐 때는 점심시간에 맞춰 냄비 우동을 끓여다 줄 정도로 정성을 쏟았다. 두식이가 집을 나갔을 때도 혹시나 돌아올까 봐 두식이가 좋아하던 계란 프라이도 꼭 하나씩 더 했다. 그러다 식으면 마당에 있는 감나무 밑에 묻으며 이거 먹고 우리 두식이 오면 준다고 맛있는 감을 내주라고 했던 엄마였다. 그런데 어느 날, 옆집 아줌마로 인해 엄마가 죽어 갈 때 간병하던 여자가 두영이 엄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참을 수 없었던 두식이는 집을 나갔다. 그리고 두식이는 먹고살기 위해 목욕탕 때밀이, 웨이터, 미용실, 막일을 하며 힘들게 살아왔다. 두영이는 그런 것도 모르고 별의별 이유를 다 만들어 형을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끝내 형은 돌아오지 않았다. 18살에 혼자서 엄마 아빠 장례식을 다 치르고 난 후에야 이제 형과도 끝난 거라 생각하고 형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떠난 사람도 남은 사람도 마음 편히 살진 못했다.

진심 형제가 되다

서로 오해를 풀게 된 두식과 두영은 쇼핑도 하고 클럽에도 간다. 쇼핑을 하다가 개념없는 아저씨와 다툼이 생기지만 둘은 손발이 척척 맞는 연기력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클럽에 가서 두영이는 몸매만 아름다운 여자를 꼬셔 키스라는 걸 해본다. 두영은 그렇게 형과 함께하며 다시 웃음을 찾기 시작하는데 병원에 갔던 두식은 췌장암 말기 판정을 받고 세 달밖에 못 산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된다. 혼자 남을 동생을 위해 다치지 않게 집을 수리하고 코치에게 부탁해 함께 운동을 다시 시작하게 만든다.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두영은 열심히 훈련을 하고 리우 패럴림픽에 나가게 된다. 그 사이 두식은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다행히 동네에서 알게 된 대창(김강현)이 그의 옆을 지켜준다. 유도 60kg 이하급 결승전. 형에게 금메달을 따다 주고 싶지만 사고 났던 경기의 트라우마로 겁이 난 두영이는 숨을 못 쉬겠다며 기권하고 싶다고 하자 코치는 다음에는 형이 없을지도 모른다며 아프다는 이야기를 해준다. 두영이는 형에게 전화를 걸어 꼭 금메달을 따서 한국에 돌아갈 테니 기다리라고 하고 두식은 네가 없으니 더 아프다고 빨리 오라고 한다. 경기에서 이긴 두영이는 형을 부르며 눈물을 흘린다. 집으로 돌아온 두영이에게 대창은 형이 남기고 간 녹음기를 건네준다. 아빠 엄마 형이 늘 곁에 있으니 너는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가족 대표로 실컷 놀다 와서 나중에 꼭 다시 만나자고, 보고 싶다 내 동생... 두영이는 이제 혼자서 식사도 하고 옷도 챙겨 입는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조정석과 도경수의 환상의 케미

영화의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단순하다. 하지만 모든 영화들이 복잡한 인물관계와 사건들의 구성으로 채워질 필요는 없다. 때로는 소소하고 단순한 것들이 편안함과 즐거움을 주고 그 안에서 빛나기도 한다. 삶이 그러하듯 가끔은 단순한 삶이 주는 힐링 포인트가 있다. 이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굳이 어렵게 의미를 부여하려고 애쓰지 않더라도 보는 내내 충분히 즐겁고 행복해진다. 그걸 가능하게 해 준 것이 바로 배우들이다. 연극 무대에서부터 영화, 드라마 등 이미 다양한 작품들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은 배우 조정석은 마치 건축학계론의 납득이를 연상케 하는 능청스럽고 개성 넘치는 연기를 보여주고 재치 있는 대사들은 시종일관 유쾌하다. 아이돌이라는 편견을 깨고 신인답지 않은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 도경수는 2017년 38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남우상, 53회 백상 예술 대상 영화부문에서 남자 인기상을 수상한다. 두 사람은 환상적인 캐미를 선보이며 코믹하면서도 유쾌하고 가슴 뭉클한 형제애를 보여준다. 이 뻔한 스토리를 두 배우가 빈틈없이 채워주고 결코 뻔하지 않은 특별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한 동네에 사는 엉뚱한 주민 대창 역을 맞은 배우 김강현의 캐릭터도 조정석과 함께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다. 각박한 현실에서 가족의 소중함과 주변인의 따뜻한 마음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작은 위로와 살아갈 힘을 얻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