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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산드라 블록 주연 넷플릭스 추천 영화, 언포기버블

The Unforgivable, 2021

산드라 블록 주연의 넷플릭스 추천영화

2021년 넷플릭스에 공개된 영화 언포기버블은 2009년 샐리 웨인라이트의 영국 TV시리즈 드라마 3부작 언포기븐이 원작이다. 샐리 웨인라이트는 영국 출신 시나리오 작가로 언포기븐으로 Royal Television Society 왕립텔레비전협회에서 그해 작가상을 수상했다. 2021년 여성 감독 노라 핑스체이트에 의해 영화화되었고 그녀는 2019년 영화 도주하는 아이로 제70회 독일 영화상에서 베스트 필름 금상, 감독상, 각본상, 편집상, 사운드 디자인상, 여자 남자 주연상, 여자 조연상을 휩쓸었고 그 외 각종 영화제에서도 많은 상을 받았다. 산드라 블록은 스피드, 당신이 잠든 사이에, 네트, 타임 투 킬, 블라인드 사이드, 그래비티 등 수많은 영화를 거쳐 이미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은 중년 배우가 되었고 2018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버드 박스 이후 3년 만에 언포기버블로 복귀했다. 2022년 3월에는 서바이벌 어드벤처 영화 로스트 시티가 개봉 예정에 있다. 이번 작품 언포기버블에서는 가석방으로 풀려나 동생을 찾는 루스 슬레이터 역을 맡아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지금까지 중 최고의 연기를 보여 주었다. Unforgivable은 용서할 수 없는 이라는 뜻으로 인물들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해석을 내놓는다.

20년 만의 출소

창백한 얼굴, 푹 꺼진 눈과 꾹 다문 입술, 루스 슬레이터는 다소 어둡고 거칠어 보인다. 그녀는 경찰을 죽여 20년을 복역하고 가석방으로 출소해 차이나타운 숙소에 머물게 된다. 그녀의 직업은 목수, 하지만 전과자인 그녀를 받아주는 곳은 없다. 다행히 출소 시 동행했던 가석방 담당관 빈스에게 소개받은 수산물 공장에 들어가 일을 하게 된다. 우연히 지나는 길에 목공소를 찾아간다. 그녀의 실력을 알아본 담당자의 허락으로 투잡을 뛴다. 공장에서 알게 된 남자 블레이크는 그녀에게 호감을 보인다. 오랫동안 닫혀있던 루스의 마음은 쉽게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블레이크의 노력으로 둘 사이는 조금씩 가까워진다. 공장에서 같이 점심도 먹고, 옥상에 화분을 심기도 한다. 루스의 추운 옷차림이 마음에 걸렸는지 따뜻한 옷을 챙겨 주기도 한다. 하지만 둘은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날 식사를 하던 중 루스는 자신이 전과자였다는 사실을 털어놓는다. 블레이크는 미안하다며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루스는 이해한다며 자리를 떠난다. 다음날 출근해서 작업장에 들어선 루스, 동료 여자가 전과자라고 욕을 하고 두들겨 팬다. 그럼에도 그녀는 묵묵히 일을 한다. 블레이크가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려고 하지만 루스는 뿌리친다. 알고 보니 블레이크도 전과자였다. 블레이크는 루스의 고백에 몸이 굳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날 일을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어차피 그녀는 중범자 접촉 금지로 범죄자와는 어울려서도 안 되는 신세였다. 그런 루스를 지켜보는 남자가 있다. 그녀가 죽인 경찰의 큰 아들 키스다. 아버지를 죽인 여자가 겨우 20년 살고 가석방되자 억울했던 그는 동생 스티브를 찾아가 복수하자고 말하지만 가족이 있던 동생은 형에게 사고 치지 말라고 충고한다. 하지만 형은 계속 동생을 부추긴다. 어느 날 스티브는 루스를 찾아가고 대화를 나누게 된다. 루스에게 부모님이 없다는 소리를 듣자 힘들었겠다고 말한다. 루스는 어차피 삶은 흘러간다고 아무렇지 않은 듯 대답한다. 루스의 말에 화가 난 스티브는 형을 찾아간다. 그리고 루스에게 여동생이 있으니 당한 대로 갚아주자고 한다.

유일한 희망인 동생

루스는 감옥에 들어가면서 헤어지게 된 동생 케이티를 찾기 시작하고 함께 살았던 추억의 집으로 향한다. 그 집에는 회사 신탁 관련 무료 변론을 해주는 변호사 존과 아내 리즈, 두 아들이 함께 살고 있다. 존은 밖에서 서성이는 루스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고 그녀가 과거 이 집에 살았고 직접 집을 고치고 가구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집을 구경시켜주고 버스 타는 곳까지 태워다 준다. 가는 길에 루스는 감옥에 있을 때 동생이 입양되었고 수없이 편지를 썼지만 답장을 받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털어놓게 된다. 존은 루스를 도와주기로 하지만 그녀의 과거를 사실을 알게 되면서 선뜻 나서지 못한다. 루스는 존에게 계속 전화를 하고 결국 존은 루스를 돕기로 한다. 루스의 동생 케이티(계명한 이름은 케서린이다)는 피아노를 전공하고 양부모인 마이클, 레이철, 동생 에밀리와 함께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잠을 잘 못 자고 늘 악몽을 꾼다. 기억 속에는 어떤 사람인지 어떤 관계인지도 모르는 여자가 늘 곁에 있다. 케이티는 졸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병원에 입원하게 되는데 하필 루스가 출소한 날이어서 양부모는 찝찝해하며 루스가 케이티를 찾을까 봐 걱정을 한다. 그리고 루스의 편지를 받은 양부모는 서로 의견 차이를 보이지만 케이티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에 일단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한다. 부모님의 이야기를 엿듣게 된 에밀리는 집에 아무도 없을 때 그동안 루스가 보내왔던 편지들을 찾아내고 내용을 보며 마음 아파한다. 양부모와 루스의 만남은 성사되고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한다. 양부모 측은 접근 금지 명령은 법원의 결정이었고, 캐서린은 큰 충격으로 우리 집에 오기 전 기억이 없지만 지금은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고 많은 기회를 누리며 살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잘 지내고 있는데 그걸 망치고 싶지 않다며 만남을 반대한다. 루스는 엄마가 케이티를 낳다가 돌아가셨고, 가정에 소홀했던 아빠는 다 포기하고 자살했다. 루스는 동생을 아기 때부터 키웠고 한 번도 포기한 적 없다고 말한다. 편지를 보내고 소식을 기다리며 20년을 버텼는데 케이티가 읽긴 했냐며 따진다.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한 양부모에게 화를 내고 서로 감정이 격해져 동생과의 만남은 수포로 돌아간다. 다행히 편지들을 읽고 마음이 아팠던 에밀리는 루스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안한다. 에밀리는 케이티가 피아노 연주하는 곳과 시간을 알려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스티브는 에밀리를 루스의 동생으로 착각하고 미행한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아내와 형이 바람피우는 장면을 목격한다. 더욱 화가 난 스티브는 엄마 집으로 가서 총을 몰래 꺼내오고 에밀리를 납치한다.

사건의 진실

케이티를 볼 기회가 생긴 루스는 혼자 만나러 가도 되는지 묻고 싶어 존에게 전화를 걸어보지만 연락이 되지 않자 존의 집을 찾아간다. 루스의 과거를 알고 있던 존의 아내 리즈는 루스와 크게 싸우다 엄청난 진실을 알게 된다. 20년 전, 루스와 케이티를 내쫓으려고 사람들이 집을 찾아오고 루스는 절대 떠나지 않겠다며 사람들과 대치중이었다. 보안관 한 명이 몰래 집으로 들어오게 되고 루스가 전화를 하던 사이 케이티는 보안관을 총으로 쏘게 된다. 루스는 케이티를 안고 집을 나와 레스토랑으로 들어가고 배고프다고 하는 케이티에게 팬케이크를 사준다. 케이티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루스는 언제나 널 사랑할 거라고 말하고 밖으로 나간다. 밖에는 경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진실을 알게 된 리즈는 루스가 동생을 볼 수 있는 곳으로 데려다준다. 그때 루스에게 전화가 걸려온다. 스티브였다. 혼자 오지 않으면 케이티를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스티브가 있는 곳으로 간 루스는 스티브의 아버지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당신의 아버지는 우리가 지낼 수 있게 아들방을 내주겠다고 한 친절한 분이었다고 말하며 아버지를 뺏어가서 정말 미안하다고 사죄한다. 그리고 스티브에게 이렇게 한다고 마음이 편해지지 않는다고. 삶은 그냥 흘러가지 않고 소중한 걸 모두 버리고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스티브는 다행히 총을 치우고 케이티는 에밀리와 함께 무사히 빠져나온다. 밖에는 경찰들과 소식을 듣고 온 양부모와 케이티가 있었다. 루스를 본 케이티는 천천히 다가와 루스를 꼭 안아준다. 그리고 좋았던 기억들을 회상한다.

용서할 수 없는

루스에겐 냉혹했던 현실처럼 영화 언포기버블은 온통 차가운 회색빛이다. 루스에게는 늘 전과자라는 타이틀이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닌다. 가석방 담당관 빈스의 말처럼 세상은 뜻대로 되는 게 없고, 그녀를 도와준 변호사 존의 말처럼 법은 때론 가혹하고, 그의 아내 리즈의 말처럼 두 번째 기회는 없었다. 루스는 죗값을 치렀기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울부짖는다. 하지만 그 건 벌써 20년 전에 소멸되었고 세상은 감옥 안이나 밖이나 다를 게 없었다. 그럼에도 헤어진 동생을 찾는 것이 유일한 희망이었고 그 희망으로 세상의 차디찬 시선과 편견을 묵묵히 견디고 버티는 그녀의 모습은 처참하지만 담대하다. 루스 역을 맡은 산드라 블록은 이전의 영화에서 보여준 모습을 모두 잊게 만들고 그냥 루스의 모습 그 자체였다. 특히 20년간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야 했던 그녀의 굳게 다문 입술이 진실을 밝혀지는 순간, 그녀의 연기는 압도적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용서할 수 없는 건 무엇일까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루스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5살밖에 안된 케이티가 범죄를 저지르게 만든 자신이었다. 동시에 자신을 투명인간 취급하고 편지를 숨겨왔던 케이티의 양부모였을지도 모른다. 경찰이었던 아버지가 죽지 않았더라면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았을지도 모를 피해자 가족들에게는 루스였다. 하지만 누구를 탓할 수도 없고, 누구에게도 용서하라고, 용서하지 말라고 감히 말할 수도 없다. 이 영화는 루스의 이야기지만 모든 가족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억울하게 죽은 아버지로 인해 분노를 삼키고 살아야만 했을 피해자 가족. 아이를 갖지 못했던 부부에게 생긴 케이티를 루스로부터 지키고자 했던 마음. 등장하는 가족들은 모두 각자의 아픔을 견뎌내고 살아가고 있었다. 누구에게도 삶은 그냥 흘러가지 않았을 것이다. 피가 섞였던 섞이지 않았든 간에 가족을 지키고 사랑하는 마음만은 모두 같았다. 진실은 잔인했지만 그 모든 것이 사랑이기에 가능했기에 감히 함부로 단정 지을 수도 없다. 한편으로는 수많은 의문을 던지게 한다. 나쁜 짓을 저지르고 죗값을 치렀다고 죄가 없어지는 걸까? 과연 그런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잘 살고 있는 동생을 굳이 찾아가야만 했던 걸까? 나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 선택의 무게를 견딜 수 있었을까? 계속되는 질문과 선택의 사이에서 고민하게 만들었다. 프래시백 기법을 통해 과거의 단편을 보여주며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궁금증을 유발하고, 피해자 가족들이 또 다른 비극을 만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긴장을 하며 봤던 작품이다. 언포기버블은 최근에 본 넷플릭스 작품들 중 가장 인상적이었고 만족도 높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