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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임시완 고아성 주연, 전쟁 속 희망의 노래 오빠생각

오빠생각, 2015

임시완 고아성 주연의 오빠 생각

최근 임시완, 고아성 주연의 웨이브 웹드라마 트레이서가 MBC에서 방영되었다. 드라마를 보며 문득 한참 전에 보았던 영화 오빠 생각이 떠올랐다. 영화 속 두 주인공 역을 맡았던 배우가 임시완과 고아성이었기에 당연한 일이었다.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봤던 영화였기에 다시 한번 꺼내어 보고 싶어졌다. 영화 '오빠 생각'은 2015년 이한 감독의 작품으로 앞서 말한 두 배우들 외에 이희준, 이준혁, 특히 많은 아역배우들이 출연한다. 동구 역에는 정준원, 순이 역에는 이레, 그때 당시에는 낯설었던 배우였지만 최근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과 SBS 드라마 라켓 소년단에서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 주었던 배우 탕준상의 아역시절 모습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이한 감독은 유독 따뜻함을 전해 주는 드라마, 멜로 장르의 작품들을 많이 연출했다. 대표작으로는 연애소설, 청춘만화, 내 사랑,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증인 등이 있다. 오빠 생각에서 주연을 맡은 배우 고아성은 우아한 거짓말에서도 이한 감독과 함께 작업한 이력이 있다. 제국의 아이들 출신 임시완은 이제 아이돌 가수를 넘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으며 배우로 굳건히 자리 잡았다. 2014년 TVN 드라마 미생은 그의 최고 대표작이자 수많은 이들의 인생 드라마가 되기도 하였다. 영화에서는 2013년 변호인으로 데뷔, 부림사건의 피해자 박진우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원라인, 불한당:나쁜 놈들의 세상에서 주연을 맡으며 당찬 연기를 선보였다. 앞으로 개봉될 영화 보스턴 1947,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 비상선언이 개봉 예정이다.

실화를 모티브로 한 영화

1945년 8월 15일 광복 이후, 38선을 경계로 남한과 북한이 둘로 나뉘게 된다. 그로 인해 민주주의와 공산주의라는 서로 다른 이념의 대립이 심해지면서 1950년 6월 25일 전쟁이 일어나고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체결되기까지 3년에 걸친 한국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당시 전투지역을 비롯하여 전국 각지를 돌며 많은 군인들과 국민들을 위로했던 해군 어린이 합창단을 모티브로 한 영화이다. 영화에는 없는 내용이지만 전쟁이 끝나면서 합창단이 필요 없어지자 당시 국방부 장관은 한국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경제적인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미국 순회공연을 제안하였고 대통령의 허락으로 공연이 성사되어 아이들의 노래는 많은 미국인들과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을 울렸다고 한다. 영화 '오빠 생각'은 고통스럽고 처절했던 전쟁의 한가운데서 울려 퍼진 아이들의 작은 노래로 큰 위로와 감동을 넘어 희망을 전해준다.

전쟁 중에 울려 퍼진 노래

대학시절 음악을 전공한 한상렬은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동료들을 잃고 살아남지만 그들을 지키지 못한 죄책감과 상처로 가득하다. 그가 전쟁 중에 목숨을 구해준 조 상사의 도움으로 전출을 받아 부산에 있는 부대로 내려오게 되고 전쟁고아들을 위한 보육시설을 관리 감독하게 된다. 이곳에는 박주미 선생님이 있는데 그녀는 유학을 다녀온 엘리트지만 자신이 할 일이 있는 것 같아 이곳에 남아 자원봉사를 하며 아이들을 돌본다. 힘들어도 아이들 앞에서 내색 한번 하지 않는 천사 같은 사람이다. 반면 갈고리라는 사람은 한때 군인이었지만 전쟁 중에 한 손을 잃는다. 연대장이 편의를 봐주어 부대 내의 잡일을 해준다. 밖에서는 아이들을 돌본다는 명목 하에 일을 시키고 물품을 갈취하며 친일파 후손들과 어울려 일을 봐주기도 한다. 하루는 한 아이가 폭탄을 분리해 부품을 팔려다가 폭발로 인해 사망하게 된다. 이를 목격한 한상렬은 아이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연대장에게 합창단을 만들자고 제안한다. 갈고리 밑에는 서로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는 남매 동구와 순이가 있다. 동구의 아버지는 생존을 위해 남북한 사이를 왔다 갔다 하다 배신자로 몰려 동네 사람들에게 구타를 당해 사망한다. 그때 동구가 도와달라며 한상렬과 잠시 마주친 적이 있다. 아버지는 무슨 일이 생기면 남쪽으로 가라고 했다. 그래서 남매는 부산까지 내려왔고, 지금은 갈고리 밑에서 지내게 된다. 동주는 물건을 훔쳐 갈고리에게 바치고 구두 닦는 일도 하고, 순이는 꽃을 꺾어 팔기도 한다. 갈고리는 동주와 순이를 합창단으로 보낸다. 동주를 이용해 부대에 있는 석유를 훔쳐오기 위한 수작이었다. 순이는 자신이 인민군 노래를 불러 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생각한다. 오빠마저  잃을까 봐 절대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 합창단에는 같은 동네에 살던 춘식이가 있다. 동구의 아버지가 춘식이 형을 죽게 한 사건으로 동구와 춘식이는 계속 다툰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상렬은 둘에게 노래를 시킨다. 어른들이 한 일에 동구와 춘식이는 잘못은 없다는 것, 화음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그렇게 아이들은 노래를 하며 점차 웃음을 되찾아 간다. 한상렬도 아이들로 인해 조금씩 상처를 치유해 간다. 그리고 미군 사령부 사람들 앞에서 첫 공연을 하게 되고 열렬한 호응을 얻어 대성공을 거둔다. 갈고리는 계속 동구와 순이를 데리고 나가 일을 시킨다. 이를 보다 못한 한상렬은 갈고리와 대립하게 되면서 갈고리의 마음도 수그러들기 시작한다. 첫 공연의 성공으로 다른 곳에서 공연 요청이 쇄도하고 전투지역으로 위문공연을 보내라는 상부의 명령이 떨어진다. 아이들을 전쟁통으로 보낼 수 없는 한상렬은 합창단을 해체하기로 한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대로 위험을 무릅쓰고 위문공연을 다니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이동 중에 잠시 쉬어가게 되고 화장실이 급했던 순이는 동구와 함께 산으로 올라간다. 마침 춘식이도 올라왔다가 길을 잃게 되고 동구와 순이는 춘식이를 찾아 헤매다 북한군과 마주치게 된다. 아이들을 찾으러 올라온 한상렬과 군인들은 북한군과 총격전을 벌이게 되고 동구는 총에 맞아 병원으로 오지만 가망이 없고 그제야 순이는 죽어가는 오빠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동구는 죽음을 맞이한다. 전쟁이 끝나고 많은 사람들이 모인 가운데 순이는 합창단 친구들과 함께 고향의 봄을 부르며 영화는 끝이 난다.

오빠 생각

영화 오빠 생각은 신파적인 요소로 지적을 받기도 했지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이 따뜻했다. 전쟁 중임에도 노래 하나로 아이들에게는 기쁨과 희망이라는 게 생겼고, 그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있는 순간만큼은 어른들도 모든 정치적 이념을 내려놓고 잠시 마음을 쉬어갈 수 있었다. 아이들이 선생님을 좋아했던 마음처럼, 한상렬과 박주미 선생님이 아이들을 좋아했던 마음처럼, 모두의 순수한 마음들이 너무 예뻤다. 이들의 상황에 비할바가 아니지만 현재의 삶에 지쳐있던 나에게도 위안이 되었고 옛 노래를 들으며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예상되는 스토리임에도 동주 역을 맡았던 정준원, 순이 역을 맡았던 이레, 두 아역배우들의 훌륭한 연기를 보며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음악을 주제로 한 영화인 만큼 아이들이 불렀던 노래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남쪽으로 내려오던 길에 밤하늘의 별을 보며 동구가 순이에게 불러주었던 고향생각. 합창단 오디션에서는 동주가 불렀고, 마지막 장면에서 순이가 불렀던 고향의 봄. 한 남자아이가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부르던 까투리 타령. 동구와 춘식이가 싸울 때 한상렬이 두 사람에게 부르라고 했던 데니보이와 애니로리의 아름답던 화음도 잊을 수 없다. 영화의 제목이자 동구가 죽어갈 때 순이가 불러주었던 오빠 생각. 이 노래는 실제 1924년 열한 살 소녀였던 최순애가 쓴 시로 도쿄로 유학을 갔다 돌아온 오빠 최영주가 어린이 계몽 운동을 위해 서울로 간 이후 아무 소식이 없자 오빠를 그리워하며 쓴 시라고 한다. 최순애는 다음 해 잡지에 시를 투고하였고 이 시를 본 박태준은 그 자리에서 바로 곡을 붙였다고 한다. 가족과 함께, 특히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보면 좋을 영화로 아이들의 순수함을 통해 잃어버린 동심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나왔던 것처럼 이 세상에서 전쟁이 사라지길 기원해 본다. 최근 방영한 드라마 트레이서의 두 주인공 임시완과 고아성이 예전에는 어떤 모습으로 호흡을 맞췄는지 확인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