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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우리는 형제입니다, 따뜻한 가족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2014

'우리는 형제입니다'는 명절을 앞둔 요즘, 부모님과 무엇을 볼까 생각하다가 선택한 영화 중 한편입니다. 어린 시절 헤어져 30년 만에 방송을 통해 만나게 된 두 형제가 치매에 걸린 엄마를 찾아 나서며 서로의 아픔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코믹하게 그린 따뜻한 가족 영화입니다. 조금 유치할 수도 있지만 연휴 동안 가볍게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30년 만에 만난 형제

배를 타고 나간 아버지가 태풍을 만나 집에 돌아오지 못하고, 엄마는 아들 둘을 키우며 힘들게 살아갑니다. 여자 혼자 아이를 키우는 것이 현실적으로 버거웠던 엄마는 아이들을 보육원에 맡기고 떠납니다.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형은 미국으로 입양을 가고 동생은 홀로 남게 됩니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30년이 지났습니다. 시청자의 사연을 받아 헤어진 사람들을 만나게 해주는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두 형제가 다시 만나게 됩니다. 형 상연은 목사, 동생 하연은 무속인으로 너무도 상반되는 직업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기면증에 걸린 작가가 잠시 잠든 사이에 치매에 걸린 엄마가 감쪽같이 사라집니다. 방송국은 난리가 나고 형제는 방송국 작가와 함께 엄마를 찾아 나섭니다.

엄마는 서울에서 천안, 천안에서 대전, 그리고 여수까지 방방곡곡을 헤매고 다닙니다. 정차 중이던 관광버스를 타고, 국회의원의 영구차를 탔다가 두 번째 아내라고 오해를 한 가족들에게 돈봉투가 가득 담긴 가방도 받게 됩니다. 착한 레커차 기사를 만나 위험한 고속도로에서 벗어나기도 하고, 불쌍한 노숙자 아저씨에게 돈봉투를 주고 대신 차비를 얻어가는 웃긴 상황도 생깁니다. 친절한 경비 아저씨를 만나 라면도 얻어먹습니다. 엄마는 이것 저곳을 헤매고 사람들에게 돈 봉투를 나눠주고 다니면서 흔적을 남깁니다. 하지만 늘 한발 늦는 형제들은 계속 엄마를 놓칩니다. 하루는 엄마를 찾아 터미널에 오게 되는데, 바보 같은 소매치기들은 형제의 행색을 보고 국악인과 매니저라고 오인하고 지갑을 훔쳐갑니다. 소매치기들은 훔친 지갑을 열어보다가 형제의 직업을 알고 깜짝 놀라며 찝찝한 마음에 다시 지갑을 돌려주러 가다 경찰에 잡힙니다. 형은 소매치기들을 위해 기도를 해주고, 그들은 엄마를 찾는 형제를 응원하기도 합니다. 성격도, 하는 일도, 살아온 방식도 너무 다른 형제는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티격태격합니다. 그리고 동생은 형이 아픈 아들을 고치려고 골수가 필요해 찾아온 거라고 오해를 합니다. 형이 입양을 가서 편하게 살았을 것이라고 생각한 동생은 진실을 알게 됩니다. 물론 동생의 삶도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형제의 아픈 사연

입양된 형, 상연

형은 미국으로 입양을 갈 때, 꼭 동생과 함께 가기를 원했지만 영어가 서툴러 소통이 되지 않아 혼자 가게 됩니다. 나중에 동생도 데려갈 거라는 보육원 사람의 말을 믿었지만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런데 입양을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에 있는 형과 양어머니가 사고를 당하게 되고, 양아버지는 상연을 입양해서 재수가 없어 나쁜 일이 생긴 것이라며 상연을 매일 때리고 괴롭힙니다. 상연은 결국 집을 나와 다시 고아가 되고 한인타운에서 갱단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러다 정당방위로 흑인을 죽이게 되고 15년을 선고받고 7년을 복역합니다. 감옥에 간 와중에서도 상연은 동생이 입양이 되지 않았던 게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소 후, 외국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그가 죽인 흑인의 아들을 데리고 와 자식처럼 키웁니다. 그리고 6개월 전에 힘들게 목사가 되었습니다. 

남겨진 동생, 하연

형이 입양을 가고 동생은 보육원을 도망쳐 나와 엄마와 형을 찾아다닙니다. 그러다 나쁜 놈들 밑에 들어가 거리에서 돈을 구걸하는 신세가 되기도 합니다. 다행히 스님을 그를 거두어 주었고, 성인이 되어서야 치매병원에 있던 엄마를 찾아 함께 살게 됩니다.

 

우리는 형제입니다.

동생은 자신이 겪은 아픈 기억 때문에 아이들을 시켜 돈벌이를 하는 사람들을 보고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싸움을 하게 됩니다. 형은 동생을 구하려다가 칼을 대신 맞고, 맨손으로 칼을 막아내고 나쁜 놈들을 때려눕힙니다. 두 사람은 나란히 병원에 누워 있다가 작가에게 엄마를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됩니다. 알고 보니 엄마는 아들들을 버렸던 보육원을 찾아 헤매었고, 형제가 보육원 앞에서 찍은 사진의 간판 글씨를 잘못 보고 여수까지 왔던 것입니다. 형은 치매인 엄마가 자신을 알아보지 못할까 봐 초조해합니다. 그런데 엄마는 형제를 알아보고 둘이 또 싸웠냐며 혼을 냅니다. 형은 엄마에게 동생을 괴롭힌 아이들을 혼내줬다고 말하며 엄마를 부둥켜안고 서럽게 웁니다. 엄마는 괜찮으니까 울지 말라며 형제들을 다독 거립니다. 엄마와 재회한 후, 형제는 각자의 생활로 돌아갑니다. 동생은 작가와 전화를 하다가 통화 연결음이 이상하다는 소리를 듣고 확인을 해보는데 찬송가가 들립니다. 왜 일이 안 들어오는지 알게 된 동생은 짜증을 냅니다. 형은 미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엄마, 동생과 함께 찍은 사진을 보다가 성경을 펴는데 책 사이에 부적이 꽂혀있자 한숨을 쉬지만 그냥 다시 꽂아둡니다. 영화는 형과 동생이 방송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어릴 적 함께 불렀던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보여주며 해피엔딩으로 끝이 납니다.

 

따뜻한 가족 영화

영화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전문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나쁘게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자극적이거나 폭력적인 장면 없이 부모님, 아이들, 가족들과 함께 편안하고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로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소소한 감동과 웃음, 형제애, 가족에 대한 소중함을 조금이라도 느낄 수 있다면 좋은 영화가 아닐까요? 형제의 직업을 상반되게 표현한 것은 그들이 너무도 다른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습니다. 각자의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대사들과 행동들도 재미있습니다. 형제가 만난 방송국 작가, 소매치기, 노숙자, 경찰. 엄마가 돈가방을 들게 된 사연, 착한 레커차 기사와 경비원 아저씨 등 잃어버린 엄마를 찾는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사소한 에피소드들도 따뜻하고 귀엽습니다. 감옥에 갔을 때 동생이 입양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형의 착한 마음. 치매가 걸렸어도 형제를 잊지 않고 찾아다닌 엄마의 모습에 마음이 뭉클해집니다. 그리고 지금은 고인이 된 김영애 님의 연기를 다시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엔딩 크레디트도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있으니 꼭 보시길 바랍니다. 연휴 동안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하게 볼 수 있는 따뜻한 가족 영화로 '우리는 형제입니다'를 추천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