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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언브레이커블, 샤말란 감독의 독창적인 히어로

언브레이커블
Unbreakable, 2000

새로운 히어로

언브레이커블은 최고의 반전 영화 중 하나인 식스센스를 만든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입니다. 식스센스의 차기작으로 관객들의 기대를 받기도 했습니다. 아쉽게도 전작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새로운 슈퍼 히어로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언브레이커블은 일반적인 히어로 장르의 영화처럼 화려한 액션 장면을 보여주지 않습니다. 주인공이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영웅이 되어가는 과정과 빌런과의 관계에 더 집중합니다. 자신의 능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깨달았을 때 비로소 진정한 영웅이 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영웅을 완성하는 인물은 바로 빌런입니다. 주인공 데이비드 던을 연기하는 배우 브루스 윌리스는 다이하드에서 보여준 모습과는 상당히 다릅니다. 어딘지 모르게 슬퍼 보이고 우울한 모습은 식스 센스의 말콤과도 닮아 있습니다. 사무엘 L. 잭슨은 지능적인 빌런으로 등장합니다. 상반되는 두 캐릭터가 각자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그려집니다. M.나이트 샤말란은 가상이 아닌 현실의 공간에 존재할 수 있을 법한 인물들을 등장시키며 어디에서도 보지 못한 새로운 히어로의 모습을 인상 깊게 그려냅니다.

특별한 두 사람

엘리야 프라이스.

필라델피아 어느 집에서 아이가 태어나고 아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습니다. 의사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구급차를 부르라고 합니다. 의사는 아기가 엄마의 뱃속에 있을 때 골절상을 입은 것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선천성 골형성 부전증. 태어난 아기는 뼈가 약해 쉽게 부러지는 아이였습니다. 그로 인해 엘리야는 유리 선생이라는 별명을 갖게 됩니다. 엘리야는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밖에 나가는 것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늘 혼자 방에 틀어박혀 생활합니다. 엄마는 엘리야를 밖에 나가게 하기 위해 일부러 집 건너편 놀이터 벤치에 선물을 가져다 놓고 엘리야에게 직접 가서 확인해 보라고 합니다. 엄마는 나약한 아들을 위해 슈퍼히어로 코믹스를 선물하며 아이가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도와주려고 노력합니다. 그런 어머니 덕분에 엘리야는 비록 몸은 약하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습니다. 성인이 된 엘리야는 한정판 코믹스 화랑을 운영합니다.

데이비드 던.

그는 풋볼 선수였지만 교통사고로 부상을 당하고 경기장 보안요원으로 일하는 평범한 가장입니다. 아내와는 사이가 좋지 않고 아들 조셉과 살고 있습니다. 어느날 기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던 중 열차가 탈선하고 끔찍한 대형 사고가 일어나는데 기차에 탄 사람들은 전원 사망합니다. 데이비드가 유일한 생존자입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그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합니다. 열차 사고의 피해자들과 의사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상한 능력

병원에서 퇴원한 데이비드는 열차사고의 피해자 추모식에 참석한 뒤 돌아가려는데 차에 의문의 메시지가 꽂혀 있습니다. 메시지에는 평생 동안 몇 번이나 병에 걸렸습니까?라고 적혀있습니다. 메시지를 보낸 사람은 유리 몸을 가지고 태어난 엘리야였습니다. 아들 조셉과 함께 엘리야를 찾아가는데 황당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열차 사고에서 상처 하나 없이 살아남은 데이비드를 본 엘리야는 그가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엘리야는 자신처럼 약한 사람이 있다면, 반대로 슈퍼 히어로 같은 강한 사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엘리야는 평생 그런 사람들을 찾고 있었습니다. 강한 사람들이 자신과 같은 약한 사람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하지만 데이비드는 황당해하며 집으로 돌아옵니다. 엘리야의 말을 믿을 수 없었지만 자신의 몸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5년 동안 회사를 다니면서도 한 번도 병가를 낸 적이 없습니다. 흔한 감기 한번 걸린 적 없었고 부상을 당한 적도 없었습니다. 부상으로 선수 생활을 그만둔 것도 사고를 핑계로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오래전 아내와 연인 시절 자동차 사고가 났었지만 그 당시에도 자신은 다친 곳이 없었습니다. 부인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입니다. 생각해 보니 데이비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습니다. 다음날 엘리야는 데이비드가 일하는 경기장을 찾아가고 그의 특별함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경기장에서 데이비드는 낯선 남자와 몸이 스치는데 무기를 소지한 것 같다는 느낌을 감지합니다. 데이비드에게 범죄자를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 엘리야. 데이비드와 스친 남자를 뒤따라 가다가 계단에서 굴러 부상을 입게 됩니다. 대신 스친 남자의 옷에서 총기를 발견하고, 데이비드가 자신이 찾고 있던 능력자라는 확신을 갖게 됩니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엘리야는 재활치료를 받게 됩니다. 재활 치료사로 일하는 데이비드의 아내에게 과거 사고에 관해 물어보며 다시 한번 데이비드의 능력을 확인하게 됩니다.

정체성을 찾다

데이비드는 집에서 역기를 들고 운동을 하고, 아들 조셉은 아빠의 모습을 지켜보며 놀랍니다. 아빠는 엄청난 무게의 덤벨을 들어 올리며 자신도 몰랐던 힘을 알게 됩니다. 데이비드에게는 보통 사람이 상상할 수 없는 괴력을 지니고 있고, 다른 사람과 접촉하면 그 사람이 지은 죄를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아프거나 다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됩니다. 어느 날 아들이 학교에서 싸우다 다쳤다는 이야기를 듣고 데이비드는 학교를 찾아갑니다. 그리고 선생님에게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데이비드가 어릴 때 수영장에 빠져 죽을 뻔 한 적인 있었습니다. 수영장 바닥에 5분이나 가라앉아 있었는데 사람들이 꺼냈을 땐 이미 죽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데이비드의 이야기였습니다. 아들 조셉은 아빠가 다치지 않는 특별한 사람임을 확인시켜 주겠다며 권총을 들고 와 쏘려고 합니다. 다행히 아들을 진정시키고 데이비드는 엘리야를 다시 찾아갑니다. 데이비드는 어린 시절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적이 있었으니 자신은 슈퍼 히어로가 아니라며 혼란스럽게 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합니다. 하지만 엘리야는 슈퍼맨에게도 약점이 있는 것처럼, 데이비드는 물이 약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데이비드는 과거의 교통사고를 기억해 내며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 보기 시작합니다. 우비를 입고 사람들이 많은 곳으로 간 데이비드는 스쳐가는 사람들 중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의 모습을 감지해 냅니다. 그리고 범인을 찾아가 납치된 사람들을 구해내고 아들에게 자신의 정체를 알려줍니다. 결국 데이비드는 진정한 자신의 정체성을 찾게 됩니다. 그동안 알 수 없는 기운에 짓눌려 있던 데이비드는 히어로로 각성한 뒤 비로소 마음의 안정을 찾게 됩니다. 좋지 않았던 아내 오드리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생각하던 아들의 혼란스러운 마음을 해소시켜준 데이비드는 일상의 편안함을 되찾습니다. 엘리야의 말을 신뢰하게 된 데이비드는 한 팀으로 일하며 세상에 필요한 영웅의 길을 걷기로 결심합니다. 그런데 엘리야와 악수를 하던 데이비드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동안 일어났던 테러 사건들이 영웅을 찾아내기 위해 엘리야가 벌인 일들이었습니다. 열차 사고도 그의 짓이었습니다. 놀라운 진실을 알게 된 데이비드는 엘리야가 저지를 범죄의 증거들을 경찰에게 보여줍니다. 엘리야는 체포되고 정신 병원에 보내집니다. 빌런은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힘으로 싸우는 빌런이 있고, 머리로 싸우는 빌런이 있는데 무서운 건 머리로 싸우는 빌런이라고 합니다. 엘리야가 무서운 빌런이었던 것입니다.

독창적인 세계관

언브레이커블이 세상에 나온 후 17년 만에 속편이 공개됩니다. 2017년 23 아이덴티티, 2018년 글라스 3부작으로 연결됩니다. 이것 또한 반전이였습니다. 언브레이커블은 크게 주목받지 못하다가 속편들이 공개되면서 재평가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독특한 스토리와 감각적인 연출이 돋보였고 반전 감독의 작품인 만큼 새로운 히어로의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참신하고 독창적인 세계관을 가진 완성도 높은 숨은 걸작입니다. 독특한 세계관 때문에 샤말란 감독의 영화들은 호불호가 확실히 갈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호입니다. M.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면 싸인, 빌리지, 해프닝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생각지도 않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결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