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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오베라는 남자, 이웃을 통한 진정한 삶의 의미

오베라는 남자
A man called Ove, 2015

괴팍한 할아버지, 오베

나이 59세. 키가 190cm가 넘는 거구의 할아버지 오베는 철도 회사에 근무합니다. 그는 꽃을 사서 아내의 무덤가에 놓아두고 항상 그녀를 그리워하며 아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합니다. 처음 보았을 때 오베는 고집스럽고 까다로운 남자, 모든 게 불만인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오베는 매일 불만 가득한 얼굴로 동네를 점검합니다. 주차장 문이 잘 닫혀 있는지, 주차는 잘했는지 확인합니다. 재활용 쓰레기도 철저히 분리합니다. 놀이터 모래 속에 파묻힌 장난감을 꺼내놓고, 동네에 자동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단속합니다. 동네에 강아지를 키우는 여자가 있는데 강아지가 아무 데나 오줌을 싸면 가만히 두지 않겠다고 화를 냅니다. 그리고 그의 주변을 맴도는 고양이를 매번 쫓아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런 오베가 밉지 않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는 굉장히 도덕적이고 원리 원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하고, 자신의 감정에 솔직합니다. 일에 있어서는 요령을 피우지 않고 성실하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정의로운 사람이기도 합니다.

 

오베는 43년간 일해온 회사에서 권고사직을 당합니다. 아내의 무덤에 들렀다 집으로 돌아온 오베는 냉장고를 깨끗하게 정리하고 말끔하게 정장을 차려입습니다. 나는 오베가 좋은 곳에 가거나 면접을 보러 가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거실 천정에 줄이 매달려 있습니다. 아내의 사진을 보며 미소 짓던 오베는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그 순간 차량 출입 금지인 이 동네에 차가 들어오고 밖이 시끌벅적합니다. 그런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던 오베는 목에서 줄을 풀고 밖으로 나옵니다. 새로 이사 온 가족, 이란 여자 파르바네와 남편 패트릭이 주차를 제대로 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부부에게는 예쁜 딸이 둘이나 있습니다. 답답해하던 오베는 짜증을 내며 주차를 해줍니다. 집안으로 다시 들어와 생을 마감하려는데, 이사 온 집 딸들이 창문을 통해 들여다보는 바람에 결국 포기하고 맙니다. 다음날 다시 시도합니다. 그런데 누가 벨을 눌러 나가 보니 이사 온 집 식구들이 고맙다고 음식을 가져다주고, 사다리까지 빌려 달라고 합니다. 심지어 할머니가 나타나 난방 기구를 고쳐 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합니다. 그녀는 오베와 동네 친구였던 루네의 부인입니다. 루네는 식물인간처럼 휠체어에 앉아 있고 말도 하지 못하지만 말을 알아들을 수는 있습니다. 오베와 루네는 원래 친한 사이었지만 지금은 서로를 싫어합니다. 루네 부인은 원래 오베가 회장이었는데 다음에 루네가 회장이 돼서 서로를 싫어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오베는 루네 집의 난방 기구를 고쳐줍니다. 그리고 세 번째 시도에서는 줄이 끊어져 실패합니다.

 

오베의 과거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왔다 갔다 하면서 오베의 사연들을 보여줍니다. 오베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와 단둘이 살아갑니다. 아버지는 무뚝뚝하지만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만 나오면 신이 나서 이야기합니다. 철도회사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는 동료들에게 오베의 성적을 자랑하다가 기차에 치여 죽게 됩니다. 아버지가 하시던 일을 물려받고 남겨주신 집에서 혼자 살게 된 오베. 어느 날 공무원이 와서 집이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빼앗으려 하자 집을 수리합니다. 그런데 이웃 사람의 실수로 불이나고 사람들을 구해내지만 불씨가 번져 그의 집에도 불이 납니다. 공무원들은 어차피 무너질 집이라고 화재 진압을 중지시키고 오베는 집을 잃게 됩니다. 돈 없이 몰래 기차를 타게 된 오베는 그곳에서 운명의 여인 소냐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는 오베에게 기차비를 대신 내주고 헤어집니다. 소냐를 잊지 못한 오베는 그녀를 다시 만나기 위해 매일매일 가차를 탑니다. 포기하려던 순간 오베는 다시 그녀를 만나게 됩니다. 소냐는 굉장히 쿨하고 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입니다. 저녁에 데이트를 하기로 약속하고 레스토랑에 가는데 오베는 식사를 하지 않습니다. 돈이 없었던 오베는 소냐에게 맛있는 걸 사주고 싶어 집에서 저녁을 먹고 왔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오베는 자신의 어려운 사정을 솔직하게 털어놓고 자리를 떠나려고 하는데, 소냐가 오베에게 키스를 합니다.

 

소냐는 오베가 집을 짓는 일을 할 수 있게 지원해 주고 2년 후 엔지니어가 되고 두 사람은 결혼을 합니다. 그리고 지금 살고 있는 동네로 오게 됩니다. 이곳에서 서로 닮은 친구 루네를 만나 동네 문제를 함께 해결합니다. 오베는 동네 회장이 되고 루네는 부회장이 됩니다. 그렇게 잘 맞았던 두 친구는 사소한 취향 차이로 사이가 틀어지게 됩니다. 어처구니없는 문제는 서로가 타고 다니던 자동차 때문이었습니다. 오베는 사브 차를 타고, 루네는 볼보 차를 탔습니다. 둘은 신형차로 바꿔가면서 경쟁을 하다가 점점 멀어지고, 결국 루네가 BMW 차로 바꾸게 되면서 두 사람의 자존심 싸움은 절교를 하게 만듭니다. 소냐는 임신을 하게 되고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스페인으로 여행을 가기로 합니다. 행복하고 즐거운 여행을 마치고 버스를 타고 돌아오던 중 교통사고가 납니다. 다행히 목숨을 건졌지만 소냐는 아이를 잃고 다리를 못쓰게 됩니다. 휠체어에 몸을 맡겨야 하는 신세지만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있던 소냐는 공부를 해서 취업을 시도하지만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취업에 실패합니다. 오베는 소냐를 위해 학교에 휠체어가 드나들 수 있게 길을 만들고 소냐는 선생님이 됩니다. 문제아들만 모아놓은 반에서 아이들을 성공적으로 키워냅니다. 그러던 중 소냐는 암에 걸리고 하늘나라로 가게 됩니다. 소냐의 죽음으로 오베는 삶의 의지를 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냐는 오베가 힘들었을 때 다시 일어나게 해 준 은인이었고, 행복을 가져다준 유일한 여자, 그의 전부였기 때문입니다.

 

사는 것보다 죽는 게 더 힘들다

이번에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호스를 연결해 생을 마감하려고 합니다. 그 순간, 파르바네가 문을 두드립니다. 패트릭이 사다리에서 떨어져 병원에 가야 하는데 그녀는 면허증이 없습니다. 결국 오베는 이번에도 실패하고 파르바네를 병원에 데려다주고 아이들까지 돌봐줍니다. 아이들도 오베 할아버지를 좋아합니다. 오베는 기차역에 가서 선로에 떨어져 죽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다른 사람이 먼저 철로에 떨어집니다. 오베는 그 사람을 구하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파르바네의 강요로 추위에 떨고 있던 길고양이까지 돌보게 됩니다. 오베는 그녀에게 운전을 가르치고 아내와 함께 갔던 카페에도 데려갑니다. 오베와 파르바네는 점점 가까워집니다. 어느 날 오베가 기차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는 장면을 목격한 지역신문기자 레니가 찾아옵니다. 인터뷰를 요청하지만 오베는 그녀를 차고에 가둬 버립니다. 그 모습을 본 파르바네는 레니를 꺼내 줍니다. 오베의 황당한 행동을 보며 웃겨서 어쩔 줄 모르고 둘은 처음으로 기분 좋게 웃습니다. 신나게 웃다가 파르바네가 아내의 유품을 정리하라는 소리에 오베는 화를 내고 소냐의 이야기를 하지 못하게 합니다. 오베는 소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남은 기억이 사라질까 봐 두려워합니다. 소냐를 만나기 전에는 내가 없었고, 소냐가 없으면 나도 없다고 말합니다.

 

오베는 마지막으로 총으로 목숨을 끊으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도 누가 초인종을 누릅니다. 소냐의 제자였던 아드리안이었습니다. 오베는 아드리안의 여자 친구 자전거를 고쳐준 적이 있습니다. 아드리안의 친구 미르사드를 데리고 오는데, 미르사드는 동성 남자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쓰러졌고 집에 갈 수가 없었습니다. 오베는 미르사드를 받아주고 잠을 재워 줍니다. 미르사드는 아침에 일어나 오베에게 식사도 챙겨줍니다. 하루는 공무원들이 찾아와 루네를 강제로 요양원에 데려가려고 하자 오베가 해결하겠다고 합니다. 오베는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소리만 지르고 화를 냅니다. 그런 오베를 보고 있던 파르바네가 훈계를 합니다. 자기주장만 옳다고 하는 오베에게 세상은 혼자 살 수 없다고 말합니다. 그제야 마음을 진정시키고 오베는 파르바네에게 아내의 이야기해줍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과 신문기자의 도움을 받아 친구 루네를 지켜냅니다. 일이 해결되고 갑자기 오베가 길에 쓰러지는데 의사는 그의 심장이 너무 크다고 합니다. 다행히 오베는 퇴원을 하고, 파르바네는 건강하게 아기를 출산합니다. 오베가 아기를 안아보는 장면은 마음을 울립니다. 오베는 파르바네가 낳은 아기에게 자신의 아기를 위해 만들었던 침대를 선물하고, 가족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냅니다. 눈이 내리는 어느 날 아침, 밖에 눈을 치우지 않고 그대로 쌓여있는 것을 본 파르바네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 남편과 함께 급히 오베의 집으로 달려갑니다. 오베는 편안하 모습으로 침대에 누워 생을 마감합니다. 편지에는 교회에서 조용히 장례식을 치러주고, 나를 좋아했던 사람들만 불러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고양이 밥도 챙겨주고, 동네에 차량 금지 원칙을 반드시 지켜내라고 쓰여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례식에 참석했고, 오베는 그토록 그리워했던 소냐를 기차 안에서 만납니다.

 

서로의 관심과 사랑

오베라는 남자는 스웨덴 영화로 하네스 홀름 감독의 작품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된 프레드릭 배크만의 장편소설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국내에는 2015년 소설 부문 판매 1위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책을 읽지 않아서 어떤 내용인지 전혀 모르고 보게 된 영화였는데 책을 읽었다면 오베의 마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잔잔하게 흘러가는 이야기지만 예상치도 못한 웃음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괴팍한 할아버지 오베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로 결심하는데, 그때마다 그의 과거를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가 있습니다. 오베는 인생 최악의 상황에 직면합니다. 그토록 사랑했던 아내를 잃고, 몸 바쳐 일한 회사에서 잘리고, 아픈 현실에 삶의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생을 마감하려던 순간마다 오베를 방해하는 이웃들이 있습니다. 오베도 이웃들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웃음도 납니다. 새로 이사 온 가족, 아픈 친구 부부, 아내의 제자와 그의 친구, 티격태격하면서도 서로를 생각해 주는 모습이 재미있고 따뜻합니다. 그 덕분에 외로웠던 오베는 다시 삶의 희망을 찾아갑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심과 교류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자신의 주관이 뚜렷한 오베는 다문화 가정 사람들과 성 정체성이 다른 사람도 차별하지 않고 일반 사람들처럼 공평하게 대합니다. 투덜대면서도 결국 이웃 사람들을 도와주는 따뜻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평생 소냐만을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애틋하고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오베의 상황은 절망적이었지만 이런 사랑을 한 오베의 삶은 누구보다 아름다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장례식에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와있습니다. 오베의 삶이 그가 생각한 것보다 더 헛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처를 받고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